kbs우리시대의 소설 50

윤홍길 장마

1973년 발표한 장마는 작가에게도 한국문학사에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1인칭 시점의 서술자 ' 나 '의 집에 남북 전쟁로인해 '나'가 살고 있는 친가에 외가가 피난을 와 양가가 한집에서 살게 됩니다. 나에게 친가의 삼촌과 외가에 외삼촌이 함께 공존하면서 비친 두 삼촌의 모습은 서로 너무도 다른 성격이지만 잘 어울려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 이념 차이로 외삼촌은 국군에 입대하고 삼촌은 공산당을 지지하며 빨치산으로 산속에 숨어들게 됩니다. 어느 날 외할머니는 완두콩을 까면서 자신이 간밤에 흉몽을 꾸었고 한 번도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음을 강조하며 외삼촌의 전사 소식을 접하고 슬픔에 빠지게 됩니다. 한편 빨치산이 된 삼촌이 어느 날 밤에 몰래 집을 찾아왔던 사실을 초콜릿을 주는 경찰의 꼬임에..

김훈 칼의 노래

우리 시대의 소설 50에 소개되었는데 이제야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읽게 됩니다. 십자가를 긋고 고해성사를 하는 마음처럼 이순신의 자전적인 독백을 통해 그려낸 듯한 소설 '칼의 노래'입니다. 읽는 내내 숨 막히게 절제된 묘사와 간결한 문제로 그려낸 김훈 작가의 서사적인 글은 읽는 이를 압도합니다. 꼬마 수다는 처음 경험하는 문체였고 감정이었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산도 대첩 이후 백의종군 후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까지의 2년의 시간동안 보여준 이순신의 처절하고 절제하며 느꼈을 외로움, 두려운, 그리고 임금에 대한 연민과 가족을 지켜주지 못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미안함에 대한 감정들은 절규처럼 느껴집니다. 정치적인 배경이나 외부의 침입을 배경으로 인간 이순신이란 인물 내면에 집중한 글입니다...

양귀자 연작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원미동 사람들은 언제가 중학교 교과서에 일부 내용이 소개되었던걸 기억하고 있어서 쉬운 마음으로 손이 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유행에 민감하 다 못해 개인이 SNS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1980년대 원미동 사람들과 동네 가게들 사이의 갈등을 이해하는 것이 많이 낯설었고 요즘 세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가지면서 읽었던 소설입니다. 아련한 기억 속 시간으로 돌아가서 어린 시절 꼬마 수다의 눈에 비추어졌던 어른들의 생활상이 보이기도 했지만 조금은 불편하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의 소재들로 긴장하며 읽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겪었을법한 이야기들을 마냥 편안한 추억으로 기억하기에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시대 ..

정이현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지난번 마무리 짓지 못하고 중단되었던 'KBS 연중기획 - 우리 시대의 소설' 추천도서로 소개된 도서입니다. 미쳐 읽지 못했던 도서들을 최근에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요 이번 주는 정이현 작가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입니다. 최근 SF소설에 관심을 두고 몰입해 읽으면서 기계, 문명, 과학, 인간의 본질, 그리고 AI, 복제, 새생명 등 원론적이고 문명의 이기에 반전되는 주제들로 골똘해지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잡은 소설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으면서 문득 책 뒤에 출판연도를 확인하게 됩니다. 아 진짜. 현실을 잠시 잊고 있었구나..... 여성의 관점에서 적나 하게 여성의 성과 정체성을 이야기합니다. 사회 공동체에서 대응하며 살아야 하는 여성, 본심이든 가식이든 숨김없이 적나 하게 드러낸 작가의 ..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은 여자의 이야기를 정리한 소설이었습니다. 김지영의 이야기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보였던 상황에 누군가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나무에게는 성장과 열매를 맺는 고통의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처럼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사회현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할 때 우리는 이미 변화의 순간을 맞이했다는 생각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여성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달해야 했고 김지영의 빙의는 절실함이었습니다. 김지영의 성장과정, 사회생활, 가정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감정은 페미니즘을 말하기 위한 거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 과하지 않았고 특별히 큰 이미지가 아닌 개인이 처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므로 수많은 편견..

권여선 봄밤

개인적이고 주관적 취향을 찾는 요즘 시대에 본질적인 진실과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가 마치 벌거벗은 채로 대면하고 직시한 당황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인물들의 속을 투명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임에 틀림없고 읽고 나면 자리서 쉽게 일어서기 어려운 신선하고 오묘한 이야기입니다. 봄밤이란 제목은 해석에 따라 다중적인 뜻을 내포할 수 있겠습니다. 따뜻한 계절이 시작되는 봄의 밤이란 뜻도 되고 아지랑이가 피어나던 낮의 열기가 식어 차분해지는 밤에 여전히 꿈틀되는 생명령이 느껴지는 시간적 의미이기도 합니다. 글 후반부에 나오는 주인공 영경이 소리 내어 울며 흥얼거리던 김수영 작가의 [봄밤]도 동의어인데요 사그라들어가는 수환과 영경의 삶의 희미한 불..

KBS 뉴스9 연중기획 「우리 시대의 소설」 방송 종료 후 ..

지난해 우연히 본 [우리 시대의 소설] 이 2월 20일을 방송으로 40권 소개 후 마감했습니다. 언제부터더라..... 기억을 더듬다가 자료를 찾아보니 5월 16일 첫 방송이 시작되었네요. 책에서 손을 놓고 산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바쁜 일정에 읽을 수 있을까 고심도 잠시, 기획 프로그램이란 내용에 꼬물꼬물 올라오는 호기심과 책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된 책 읽기였답니다. 혼자 신나서 도서관 대여도 하고 오랜 절판된 책은 중고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세상에 읽고 싶은 책, 궁금한 책이 그리 많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습니다. 매주 일요일 저녁 9시 뉴스에서 소개되는 책 한 권이 1주일의 활력소가 되어서 짬 나는 대로 읽고 끄적이고... 절대 가질 수 없을 것만 같은 '여유'가 책 읽기를 통해서 가지게 되..

김영하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사람의 깊은 곳에 건들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이곳이 건드려지면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요? 글을 다 읽고 나면 그 '불편한 진실' 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두께감 적은 책이지만 읽고 나면 한참 여운이 남고 큰 반전이나 상황의 역전 없이 잔잔함 속에 잔인함이 묻어나는데 마냥 눈 가리고 보고 싶지 않아 외면하는 마음은 아닙니다. 글에 '나'는 상담 및 죽음 도우미이며 작가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고 아름답고 편안한 죽음을 맞을 방법을 같이 공유합니다. 의뢰인과 고민을 공감하고 죽음을 공감하며 죽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모습입니다. 의뢰인의 복잡한 마음에 상담자로서 해 줄 수 의견과 환경을 설정해주면 사람들은 흔들리고 흔들..

서정인 소설집 강

서정인 소설집의 제목들을 살펴보면 우선 단순합니다. 단어로 읽히는 제목들에서는 숨이 막힐 것 같은 긴장감도 없고 반전의 어떤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글들은 자신의 색깔을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펑범한 사람들의 저 깊은 밑바닥 이야기까지 읎조리듯 무심한 듯하고 있어 하나하나 되짚어 보게 됩니다. 실제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지만 있는 그대로를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한 줄 한줄 거르고 걸러 증류하듯 써 내려갔을 서정인 작가의 소설들입니다. 인간이 가진 실존적인 질문들을 이야기하고 혼돈스러울 수 있는 의식세계를 사실적으로 나열하여 글 속 인물들은 우리가 느낄 심정 고민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에 우리 시대의 소설로 소개된..

황정은 장편소설 백의 그림자

황정은 장편소설 백(百)의 그림자 내가 처음 접한 황정은 작가는 자신의 글을 나와 같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지만 같은 시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황정은 소설가의 이야기를 더욱 세심히 자세하게 들여다 보고 집중하게 되는가 봅니다. 좋은 소재이고 반드시 알려야 하는 사회적 주제라 해도 누군가 관찰하고 투자하여 내 의지를 표현할 때 작품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하게 바라보지만 날카롭게 타협도 할 줄도 알아야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정은은 선은 잘 지키면서 사회 부조리와 구석으로 몰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사이에서 똑같이 평범하게 피어날 수 있는 연인들의 사랑이야기까지 격하지 않고 무심한 듯 간결하고 힘 있게 보여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