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소설 8

배수아 작가의 에세이스트의 책상 입니다.

지적이면서 직관적이고 시적이지만 미니멀하지 않게 작가의 삶과 사랑에 관한 견해를 적나라지만 따갑지 않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 작가는 일상을 특별한 화면에 완벽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할까요 책장을 덮으면서 은밀하게 올라오는 희열감이 느껴지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서두를 읽으면서 포기하거나 지루해하거나 뭐야라는 의문의 감정으로 갈등을 하게 합니다. 평범함을 거부한듯한 작가의 창작의 세계를 고민하면서도 아치 굴곡을 타 내려가듯 읽어 내려갑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많지 않고 글의 흐름도 여백이 많아 보이는데 장소와 시간을 거스르거나 다시 찾아왔을 때 머릿속은 투명하지만 뭔가 복잡하게 가득 차 있습니다. 소설은 공간과 시간을 함께 만지..

우리시대의 소설 17번째 도서 전성태 소설집 늑대

몽골 초원 설정은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한 독특한 경험이고 신비하기까지 한 설정이지만 이 설정마저도 현실이 내포된 실존적인 글이었습니다. 전성태의 단편 모음집 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사회주의, 자본주의, 욕망, 배짱, 금기, 유산, 자유, 사랑, 열망, 파멸, 동성, 간절함, 이데올로기 등등... 설정은 심플하지만 내포하는 주제가 많다 보니 글이 끝나도 상상에서 이야기를 이어 만들게 되는 폭이 넓은 작품세계를 맛보게 됩니다. 전성태 작가의 절제된 문체에 열려있는 시선이 매혹적입니다. 특히 단편소설 중 `늑대`는 격동기 몽골이 배경인 작품입니다. 초반에 화자가 자신의 삶의 변화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변화하는 현실을 다루면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우리의 삶이 어디까지 돌아가..

우리시대의 소설 황석영 장편소설 손님 입니다

이번에 소개된 우리 시대의 소설 황석영 작가의 손님은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표지도 우울하고 내용은 더 참담하고... 글을 쓴 작가도 쓰는 내내 너무도 힘들었고 다시는 이런 소설은 쓰지 못할 거라 인터뷰했을 만큼 근대사에 왜곡된 역사와 바닥까지 드러낸 인간을 주제로 풀어낸 깊은 이야기였음에도 다양한 시점의 변화와 은유적인 제목부터 개인적으로는 가장 몰입도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말하는 그의 소설 밑바닥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잠겨있는데 작가가 결국에는 슬픔의 원인과 본성을 자각해가는 이야기 였습니다. 그 슬픔은 자신들이 누군지, 시대 배경을 등에 지고 왜 그래야 했는지 정확히 모르는 데서 오는 무지와 광기의 슬픔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슬픈 감정은 정서적인 ..

깔끔하고 흥미롭고 이상한 이야기 김승옥의 무진기행

무진기행은 굉장히 사적이고 감성 터지는 문체의 글로 색이 없는 세계서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글의 시작은 주인공 윤희중이 처가에서 운영하는 작은 제약회사의 전무로 잠정적으로 확정되어 지면서 잠시 쉬고 오라는 부인의 권유로 고향 무진으로 내려가면서 부터입니다. 무진가는 버스 안에서 1인칭 시점으로 관찰되어 표현되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묘사와 문체의 이야기 감성은 풋풋하기까지 했습니다. '무진에 오기만 하면 내가 하는 생각이란 항상 그렇게 엉뚱한 공상들이었고 뒤죽박죽이었던 것이다. 다른 어느 곳에서도 하지 않았던 엉뚱한 생각을 나는 무진에서는 아무런 부끄럼 없이 거침없이 해내곤 했었던 것이다. 아니 무진에서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쩌고 하는게 아니라 어떤 생각들이 나의 밖에서 제멋대로 이루러진..

방현석 작가의 새벽 출정은 진행 중인 우리 이야기네요

첵 뒷부분 비평란에 정홍수님이 쓰신 내용처럼 '우리는 멀리는 전태일의 죽음으로부터 1980년 5월 광주항쟁과 [노동의새벽]을 생생한 이념으로 하고 있는 '노동문학'의 역사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진행하는 역사성을 감당하면서 노동 현장의 투쟁하는 일상을 그려낸 것이 방현석의 문학이었다'에 공감 하면서 짧은 소설이지만 시대를 아우르는 넓고 깊이 있는 내용의 소설이 개인적으로 많이 어려워서 차근차근 풀어내 봅니다. 우선 방현석의 창작의 힘은 어디일까 생각해 봅니다. 방현석 작가는 현실, 추억, 아픈기억을 소재로 쓰고 있지만 자기만의 긴장은 내려놓고 실제 이야기 노동자들의 눈물을 잘 닦아주면서 각인된 자본사회의 이야기를 더 인간적으로 쓴 소설이었기에 문학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작과 끝이 같..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매주 일요일 9시 뉴스로 책을 소개받습니다. 이문열 작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80년대 중반의 한국 사회를 초등학교 교실을 빌려 우의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철저하게 우화적인 구도를 가진 소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음, 1980년대 인물과 권력을 여러가지 의미로 나타낸 알레고리를 소설화한 작품이 맞습니다. 소설이 쓰여질 당시 힘 있는 인물들의 권력과 사회의 모순점들을 학교의 한 학급으로 그려냈는데요 무력으로 반을 통치하는 엄석대와 엄석대의 체제에 저항하는 그리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서울 전학생 한병태, 무능력과 나태함을 엄석대의 체제와 바꾼 5학년 담인 선생님 그리고 다른 중요한 주제들과 역할을 모두 비껴가는 반 학생 들은 그 시대 억압에 가려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전학생 한병태는..

오정희 중국인 거리

kbs 연중기획 우리 시대의 소설 4번째 오정희 작가의 [중국인 거리] 소개 뉴스 기사를 다시 확인하고 읽어 보았습니다. 주인공 9살 소녀 '나'의 이야기는 좁게는 한 가족이 아버지의 일자리를 찾아 항구도시 외곽의 중국인 거리로 이사 오면서 주변 인물과 사건을 살피며 일어나는 이야기지만 넓게 보면 6.25 이후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우리나라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퍼즐 한 조각 같은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6.25 직후를 살아내는 사람들 중 여성이 주변에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내는 모습을 어린 여자아이인 '나'의 눈으로 표현했고 후반부에 가서는 그 아이도 다음 세대 길을 걸을 여성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하는 것이 소명처럼 여겨지는 초조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의 패턴을 이끌어 갈 거냐에..

임철우의 장편소설 봄날 입니다.

영화 [택시]를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미얀마의 쿠데타와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지식인과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문득 우리나라 5.18을 연상하고 되새기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 저뿐만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세 번째로 소개된 우리 시대의 소설 [봄날]을 소개하는 뉴스의 자막처럼 싸워야 했고 떠나야 했던 그들이 하지 못한 말을 담아낸 작가는 인터뷰 중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깊은 무서움과 공포에 맞서서 저항해야 했던 그들의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도 하지만 책을 통하지만 그때 그 시절을 다녀와야 하는 긴장감은 떨쳐 낼 수 없어서 잠시 머뭇거리며 알 수 없는 감정에 어찌할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