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우리시대의 소설

우리시대의 소설 황석영 장편소설 손님 입니다

꼬마대장 2021. 8. 30. 08:43
반응형

이번에 소개된 우리 시대의 소설 황석영 작가의 손님은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우리시대의소설 50편 중 황석영 작가의 손님입니다.

표지도 우울하고 내용은 더 참담하고... 글을 쓴 작가도 쓰는 내내 너무도 힘들었고 다시는 이런 소설은 쓰지 못할 거라 인터뷰했을 만큼 근대사에 왜곡된 역사와 바닥까지 드러낸 인간을 주제로 풀어낸 깊은 이야기였음에도 다양한 시점의 변화와 은유적인 제목부터 개인적으로는 가장 몰입도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민담 리얼리즘이라고 말하는 그의 소설 밑바닥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잠겨있는데 작가가 결국에는 슬픔의 원인과 본성을 자각해가는 이야기 였습니다. 그 슬픔은 자신들이 누군지, 시대 배경을 등에 지고 왜 그래야 했는지 정확히 모르는 데서 오는 무지와 광기의 슬픔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슬픈 감정은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보고 세계를 보는 작가의 인식이 핵심입니다.
주요 인물은 류요한과 류요섭으로 6.25 당시 북한에 거주하는 기독교를 갖고 있는 지주 집안이었고 월남을 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입니다. 북에서 부터 집안 3대째 절실한 기독교 집안 배경을 가졌기에 이민 후 류요한 형은 교회의 장로이고 동생 류요섭은 목사가 됩니다. 이야기의 시작 전부터 주요 인물의 직업과 종교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애초에 관심 없어 보이는 내용이지만 이야기 중에 핵심적인 정서나 세계관에 대한 지식을 기본으로 이야기를 풀기 위해 찾아가는 작가의 내재된 의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기독교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고리가 연결되어 내재되어 있는 부분은 특별함을 더합니다.
일제에서 해방된 이후 남북으로 분단되고 기독교인으로 기득권을 갖고 많은 것을 소유했던 계층을 북에서는 마르크스주의를 기본으로 토지분배와 재산분배 등의 이름으로 기득권의 힘을 무너뜨리고 재산을 강제 분배하려 하고 기득권은 이를 지키기 위해 결합합니다. 이 과정에서 같이 자란 이웃도 친구도 적이되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가족애만 남아 광란의 칼부림과 피를 보게 되는데 작가가 알리고자 했던 반전 사실은 적이 아니고 우리나라 안에서 같은 민족, 내 이웃에게 서로 자행된 만행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대표가 신천 학살이었고 그 중심에 형 류요한이 있었습니다.
평소 과거의 이야기와 고향 북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하는 형 류요한이 이야기 초반에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 하는데 형의 죽음을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느낌의 죽음으로 표현한 동생 요섭의 표현은 형과 관련된 알지 못한 세상 비밀이나 형제가 갖고 있던 잠재된 내막이 드러나는 반전을 보여주는 복선입니다. 이후 보이는 반전이 주는 파장은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읽은 후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동생 요섭은 죽은 사람이 보입니다. 형의 죽음 이후 방북하는 동생 류요섭은 어렸고 누구도 이야기 해 주지 않았기에 직접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작가는 귀신을 통해 복선을 보여주고 새로운 구성 방식에 접근하여 인물의 상태를 알려주었고 사람들의 관계를 설명해줍니다. 그 과정에 기해자와 피해자는 일본인도 중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같은 민족, 오랫동안 정을 쌓고 살던 우리 이웃 있었고 자기 집안에 대표적인 학살자 형 류요한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도 듣게 되고 세상을 보았던 시각 자체를 반대편에서 전달받게 됩니다.
작가는 일제 해방을 거쳐 6.25를 겪은 우리 민족에게 일어났던 사건과 관련되어 보여지는 것 중에 우리가 알지 못한 사실을 전달하고자 새로운 구성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바로 굿입니다. 전통 지노귀굿으로 통해 가장 고전적이고 본질적으로 서로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 희생자들을 불러 모아 해원하고 상생하는 과정을 거치고자 했습니다.
형을 포함한 슬픈 존재인 귀신은 해원의 과정을 겪으면서 해방되고 북에 남아있던 형의 가족도 진정한 해방에 이르게 됩니다. 동생 요섭은 형의 옷을 태우고 뼈 조각을 묻고 뒤돌아서면서 가슴 한편에 묻어 두었던 짐을 내려놓으며 죽은 형의 원을 풀어주고 죗값을 대신 전달합니다. 원한을 품고 지상을 떠나지 못하는 신천 학살의 원혼들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떠나는 마지막입니다.
작가는 세월이 흐른다고 그냥 치유될리 없는 잠재된 사건들을 문학을 빌어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마주쳤습니다. 처함 하지만 직시해야 하고 고통스러우니 치유해야 하는 걸 알았기에 가장 전통적이면서 한국적인 방법을 통해 승화시킨 부분에 오래전 작품이지만 신선함을 느낍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