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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장편소설

꼬마대장 2021. 8. 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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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문화, 차별, 부계혈통, 가부장제도. 남성폭력, 여성문제, 억압과 절제, 페미니즘을 섞어 낸 흥미로운 결말의 소설 공지영 작가의 [무소의 불처럼 혼자서 가라]입니다.

방탈출 놀이처럼 계속되는 문제와 질문으로 풀어가는 게 인생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알아야 하고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한 공지영 작가는 꽤나 솔직하고 충분한 경험의 작가구나 생각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 봅니다.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물에 너무도 잘 어울리게 적용한 진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인터뷰 내용으로 간단한 줄거리를 읽어 봅니다.
1992년 20대에 결혼해 30대 초반에 접어든 세명의 여성 친구들
혜완은 아이가 두 살에 접어들 무렵 맞벌이를 고집하다가 출근길에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아이를 잃은 뒤 남편의 폭력과 자책감에 이혼하고, 경혜는 부유하고 화려한 배경의 남자와 살지만 결혼초부터 알게 된 남편의 외도에 속앓이를 하고 포기와 멸시 속에서 인내하지만 늘 불안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꿈과 학업을 포기한 채 남편을 뒷바라지해 성공시키지만 오히려 자신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남편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영선입니다.
모두 행복한 결혼 생활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세 인물의 핵심은 보이는 상처의 결여입니다.
자신들이 선택한 안정적으로 보이는 결혼생활에서 왜 그래야만 했는가는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결혼 생활은 결핍과 상실감으로 가득하고 주변의 환경 때문에 원치 않는 상황에 들어가게 되고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던 인물들의 상처는 눈에 보이는 외상이 아니었기에 속에서 곯는 시간과 진한 번뇌가 있었을 것입니다.
작가는 우리나라 여성의 단면을 말의 힘을 빌어 표출해주고 있습니다. 행동이나 특정한 신념이 아닌 옛날부터, 주변 사람으로부터 , 가장 믿는 남편으로부터 오는 말로 인해 여성들은 불안함을 예감하고 어긋나고 파멸을 보면서도 그곳을 향해 달려갑니다. 짐승의 신간들, 외로움, 불행, 정부, 할머니의 구박, 어머니라는 이름, 아들만 있었어도, 여성은 맡겨진 임무를 다 해야만 한다는 말들은 거대한 운영의 굴레를 짋어지게 하고 여성을 내외적으로 단절시킵니다.
세 친구는 대학시절 여성 행방 운동에 참여했고 주체적인 삶을 자신했던 해맑고 호기심과 열정을 가진 이들이지만 결혼은 무시무시한 도전의 시작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녀들의 결혼은 이야기에 봉사하는 사건이 되고 여자는 생산의 도구로 생각하는 시대의 번제물이 되고 맙니다. 아이, 내조, 경제적 어려움, 여자라는 인식 등은 여성을 절제하고 억압하고 밖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처럼 자리 잡은 사악한 소재들입니다. 90년대 배경 설정은 가정과 남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여성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금욕적이고 도덕적인 희생을 필요로 했고 그만큼 여성의 내부에서는 두려움과 상실감과 공포가 커져만 갔을 거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혜완처럼 남편의 폭력이 더해졌다면 반드시 선택을 할 수 밖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페미니즘 시각에서는 부계와 모계의 싸움처럼 보이고 이야기에서 모계 쪽이 차례차례 순서대로 고스란히 상처를 받고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누구보다 잘 키워냈지만 딸만 셋 났다는 혜완의 엄마가 그랬고 몇 번의 중절 수술을 통해 늦둥이 아들을 임신한 혜완의 언니가 그랬고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자식을 소홀히 보살폈다고 남편의 증오와 폭행을 견디다 못해 이혼을 한 혜완이가 그랬습니다. 혜완은 억압을 피해 이혼을 통해 집을 뛰쳐나갔지만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고 이혼을 한 이유를 매번 질문받아야 했습니다. 또한 억압의 주체인 남편에게 분노와 억울함을 느끼면서 남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영선은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의든 타의든 모두 여성만이 감내해야 하고 감내를 강요하는 상처였습니다.
글 전체에서 감정을 묘사하는 솔직한 대화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처럼 여성은 어떤 사건에서는 말을 못 하게 되기도 하고 어떤 사건에서는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게 여성입니다.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 할 이야기는 많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이는 상처의 결여로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같이 변해야 함을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 계속 말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내미는 손의 의미는 동행입니다. 여성은 강인한 인물은 아닙니다. 그러나 동전 던지기 놀이처럼 여성의 인생을 볼 수만은 없습니다. 생동감 있고 진취적인 여성으로 동등하게 설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하고 원하는 삶을 같이 가자고 공지영 작가는 호소합니다.

14번째 우리시대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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