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소설 50 6

조해진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면서 그 소중함을 깨 닳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큰 행복과 능력이 있더라도 깨닫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절망의 감정, 슬픔의 감정 등의 아픔으로 밤새 뒤척일지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다양한 모양의 삶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합니다. 글 속의 주인공 '나'는 탈북민 '로기완'의 인터뷰를 보고 사람에 대한 궁금증, 현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이입시키면서 벨기에로 로기완의 행적을 찾아 떠나 글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주인공 '나'는 차분하면서 감정적이고 사랑과 연민으로 고뇌하는 인물로 보입니다. 사랑하지만 실질적인 이별을 하지 못한 재이와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알게 되고 프로그램의 활성화와 시청률을 위해 수술을 미루었다가 ..

오탁번 소설 아버지와 치악산

글을 읽으면서 작가와 아니 글과 썸을 타고 있는 제 모습을 확인하고 많이 설레었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표제로 선정된 아버지와 치악산이란 소설 외에 오탁번 작가님의 다른 소설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따뜻함과 뭉클함이 깔끔한 와인처럼, 물 타지 않은 원액의 과일청 같은 진한 향기로움이 참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체가 이런거구나 취향도 짚어 봅니다. 너무도 평범하고 미화된 문장도 꾸며진 인공적인 이야기의 흐름도 없지만 가깝게 느껴지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에 단편소설이 한편씩 마무리되어 책장이 넘겨질 때마다 감동적이면서 상쾌하기까지 합니다. 아버지와 치악산은 부자관계에 집중된 이야기입니다. 관계속에서 이루어지고 형성되고 성장한 내면의 기록들이 일상적이고 평범했을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세대 간의..

배수아 작가의 에세이스트의 책상 입니다.

지적이면서 직관적이고 시적이지만 미니멀하지 않게 작가의 삶과 사랑에 관한 견해를 적나라지만 따갑지 않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 작가는 일상을 특별한 화면에 완벽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할까요 책장을 덮으면서 은밀하게 올라오는 희열감이 느껴지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서두를 읽으면서 포기하거나 지루해하거나 뭐야라는 의문의 감정으로 갈등을 하게 합니다. 평범함을 거부한듯한 작가의 창작의 세계를 고민하면서도 아치 굴곡을 타 내려가듯 읽어 내려갑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많지 않고 글의 흐름도 여백이 많아 보이는데 장소와 시간을 거스르거나 다시 찾아왔을 때 머릿속은 투명하지만 뭔가 복잡하게 가득 차 있습니다. 소설은 공간과 시간을 함께 만지..

우리시대의 소설 17번째 도서 전성태 소설집 늑대

몽골 초원 설정은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한 독특한 경험이고 신비하기까지 한 설정이지만 이 설정마저도 현실이 내포된 실존적인 글이었습니다. 전성태의 단편 모음집 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사회주의, 자본주의, 욕망, 배짱, 금기, 유산, 자유, 사랑, 열망, 파멸, 동성, 간절함, 이데올로기 등등... 설정은 심플하지만 내포하는 주제가 많다 보니 글이 끝나도 상상에서 이야기를 이어 만들게 되는 폭이 넓은 작품세계를 맛보게 됩니다. 전성태 작가의 절제된 문체에 열려있는 시선이 매혹적입니다. 특히 단편소설 중 `늑대`는 격동기 몽골이 배경인 작품입니다. 초반에 화자가 자신의 삶의 변화를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변화하는 현실을 다루면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우리의 삶이 어디까지 돌아가..

달려라, 아비 김애란 소설집

이 작가만이 표현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졌구나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독특한 화법과 블랙 코미디를 연상케 하는 문체에 공감하는 사회적 현상과 문제까지 무겁지만 가볍게 넘기려 애쓴 문제의식이 전체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달려라, 아비는 김애란 작가가 20대에 쓴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뒷장에 쓰인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추정할 수 있는 나이를 손꼽아 보니 지금은 40대 초반입니다. 20대에 이렇게 창의적으로 글을 쓴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한참을 상상해 보았답니다. 꽤 쿨하고 굉장히 강한 창작자라고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달려라, 아비는 엄마와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와 엄마손에서 성장한 외로움을 대변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꽤나 무거운 주제임이 분명합니다. 엄마와 나는 분리된..

김초엽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SF에 대한 선입견도 있고 편식하듯 읽은 책들의 영향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부드럽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따뜻한 물같이 목 넘김이 좋은 수프 같은 부드러운 화법과 어색하지 않은 문장들은 편안하지만 선 긋기를 잘해서 접근하는 방향이나 시선에 따라 읽는 사람에 맞게 가치가 태어나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제 안에서 태어난 가치의 주제는 사람, 사회, 공간, 현재와 미래 안에서 거듭난 관계, 즉 소재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현재와 미래 사이의 어두움에서 건져져 빛으로 인도되는 과정에 경험하고 부딪칠 수 있는 관계를 과학적 소재를 이용해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관심을 갖고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결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은 관심을 표출 하는 방법을 찾게 되고 찾는 과정에서 인적 물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