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와 제목을 먼저 살피면서 <아오이가든>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 홍콩에서 사스가 유행하던 시기에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고 알려지면서 격리 조치됐던 아파트 이름이 '아모이 가든'에서 좀 변용해서 공간을 차용한 소설인데요 ,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아파트 내부에서 갇혀서 생활했어요. 그리고 그 전염병에 관한 괴담이 막 떠돌면서 그 괴담이 뉴스 보도를 통해서 전해졌거든요. 근데 그런 양상이 되게 흥미로웠고, 정체불명의 전염병, 원인 불명의 전염병이 현대 문명 자체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상태로 바꿔놓는지 그게 좀 보여서 굉장히 좀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그 공간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삼아서 소설을 썼습니다
KBS 연중기획 '우리 시대의 소설 50편' 중 편혜영 작가의 아오이가든입니다.
'이 작가 마지막을 정말 이렇게 마무리하는 거야?'라고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결말입니다.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되지 않은 하드보일드 소설이지만 카오스를 멋지게 담아낸 소설 마지막에는 내가 그녀와 함께 바라보고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난 이미 편혜영 작가에게 압도되어 있었습니다. 이상하고 모호하고 충격적인 결말입니다.
병원체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전염병이 돌고 세상과는 단절되어 인적도 없고 악취가 풍기는 외딴섬 같은 아오이가든, 그 안에 예민하고 순수하기에 가장 먼저 병을 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본 소설 속 인물들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걸려있는 듯합니다. 질환을 앓는 그녀들의 내면을 개구리 비, 동물의 배설물, 악취. 역병, 사체 등을 비유로 극도로 참혹한 마음 상태에 도달한 사람의 폐허 된 심리를 회화적이고 엽기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마음의 무너짐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진짜 목적이겠구나 나는 생각합니다. 작가는 전염병이 도는 펜더믹 상황과 개인적인 불안감을 섞어 소설을 만들었습니다. 불안감은 내면의 본질과 외적인 우울감이 충돌하는 불안감일 수 있으며 폐쇄적인 공간에서 압도적이고 독창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건드리고 집착하는 것이 또 하나의 포인트로 보입니다. 임신하여 열병을 앓는 누이는 붉은 개구리를 낳고, 서서 출산한 그녀에게서 거꾸로 나와 나는 성장이 멈춘 다리를 가지고, 나이 들어 다시 월경을 하는 그녀는 악취를 풍기고 붉은 흔적을 남깁니다. 세 여성과 붉은 피로 상징되는 사건은 인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의 번영을 상징하는 사건들이고 삶에 대한 애착과 집착을 상징입니다. 하지만 불안한 미래에 대한 현재의 감정은 구역질과 붉은 내장, 아오이가든 너머 베란다로의 낙하, 개구리들의 마중 등 괴기스러워서 압도적인 서스펜스까지 느껴지는 상황들로 표현되어 연결됩니다. 작가는 장소나 상황 상태에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넣어 충돌하고 있고 그 안에 나 역시 없어질 수 있는 절망감을 말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혼동스러울때가 있습니다. 코로나 펜더믹과 소설의 전염병 팬더믹이 겹치는 지금이 그렇습니다. 아오이 가든의 작가와 책 속의 인물들은 어쩌면 세상에 대한 기대치와 에너지가 적은 일상에서 팬더믹 상황, 죽음, 혼돈, 공포, 삶에 대해 괴기스럽게 표현하는 여유가 있고 관심은 어떻게 멸망하느냐가 아니고 상황에 대처한 마음의 붕괴를 바라보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개인적으로 멸망에 대한 상상은 꽤나 심플하고 긍정적으로 하지만 지극히 우아한 비극임은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시점에 편혜영 작가의 [아오이가든]을 읽는다는 것은 여기가 바닥이겠구나 라는 생각에 다시 뛰어오를 수 있는 탄력과 안도감을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kbs우리시대의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장편소설 (0) | 2021.08.22 |
---|---|
김연수 소설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0) | 2021.08.16 |
김 숨 장편 소설 한 명 (0) | 2021.08.01 |
은희경 장편 소설 새의 선물 (0) | 2021.07.26 |
깔끔하고 흥미롭고 이상한 이야기 김승옥의 무진기행 (0) | 2021.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