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많은 분들이 공통적을 생각했을 왜 [새의 선물]일까라는 책 제목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은희경 작가는 작품을 마무리 하고 내용과 동떨어져 보이는 [새의 선물]이란 제목을 정했고 책의 첫페이지에 쟈크 프레베르 [새의 선물] 전문을 같이 실어 주었습니다. 분명한 작가의 의도는 있었겠지만 의도를 해석하는 것도 읽는 이들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고민하는 이 시간도 계산된 시간이었겠구나 생각되어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기분으로 책을 다시 펼쳐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도 작지만 강한 배우가 있듯이 책 [새의 선물]에서도 어리지만 강렬한 주인공 12살 강진희가 있었습니다. 38살의 나이로 회상하듯이 쓴 12살 자신의 모습은 이미 모든것을 다 알아버린 완성된 존재로 표현을 했고 사랑 이별 죽음을 포함한 복잡한 감정들로 꽉 채워진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강진희를 보면 인간은 모두 섬과 같은 존재이고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요 12살 진희의 시점은 사람과 공간에 대한 선택이 아닌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불행하다고 느낄때 힘이나고 집으로 향할때 집에서 멀어진다는 작가의 표현처럼 인간은 정주하려는 속성이 있어서 자신을 사랑하고 삶에 집착할수록 상처받게 됩니다. 그 상처를 덮기 위해 진희는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를 분리하여 스스로를 냉철하게 성숙시키는 과정을 겪에 되는데요 그 과정 자체에 감나무집과 사람들, 그리고 가족이 있습니다. 진희는 자신의 출생과 가족을 직접 선택하지 않았음과 왜 선택하지 않은 가족에게 이름이 불려지고 주변인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성장소설임은 분명합니다. 가족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생기는 상심에 대한 묘사, 사랑과 우정 사이에 선택,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갑작스런 사고와 주변인들의 죽음 등을 이야기하면서 시간이 흘러 다시 선순환되는 세월과 시대적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진희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와 실제 정체성 사이의 갈등도 아주 유연하게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 진희를 사랑이란 감정으로 고민하고 설레게 했던 허석의 그림자와 하모니카 그리고 묶인 염소에 대한 부분인데 이 모든것은 진희의 착각이었고 진희가 허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볼것없고 허름한 모습의 구부정한 아저씨 였습니다. 자신이 간직하고 싶은 이미지와 실제 현실을 인식하는 모습은 냉소적이고 성숙된 진희였기에 슬플 수 있지만 과장되지 않은 유연함으로 지켜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배경에 남녀가 모두 어울어져 나오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여자들의 인생과 겪는 변화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영되어 나오는데요 폭력적인 남편의 수렁에서 둘째 임신으로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광진테라 부인과 남의 말하기 좋아하고 과장된 말로 자신을 포장하며 보호하는 과부 장군댁, 돈을 갖고 야밤 도주한 양장점의 미스리 그리고 사랑으로 상처받고 원치 않은 임신을 통해 보여지는 여자의 모습 이모, 그리고 사춘기 2차 성징을 갖게 되는 주인공 진희입니다. 여자들은 서로 경계하고 긴장하고 살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고 상처를 덮어주는건 같은 여자들이며 모두 진지하게 자신의 삷을 대면하고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살게 됩니다. 12살에서 38이 되고 시대가 60년대에서 70년대를 거쳐 2021년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제목이 왜 새의 선물일까로 돌아가 봅니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챦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 삶은 농담인 것이다.'
나는 이문장으로 그 답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진희를 통해 삶에 대한 상처와 집착에 거리두기를 통해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향수병처럼 다시 들어가고 싶은 감정을 느끼는 게 삶이 아닐까요 비참하고 쓸쓸한 기분은 다른 사람에게도 전염되듯이 옮겨지지만 그 시간은 지나가고 죽지는 않는 향수병 같은 삶의 모습은 어느 시대에나 같지만 그걸 대하는 태도로 우리의 인생도 흘러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kbs우리시대의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오이가든 편혜영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입니다. (0) | 2021.08.09 |
---|---|
김 숨 장편 소설 한 명 (0) | 2021.08.01 |
깔끔하고 흥미롭고 이상한 이야기 김승옥의 무진기행 (0) | 2021.07.19 |
방현석 작가의 새벽 출정은 진행 중인 우리 이야기네요 (0) | 2021.07.12 |
사람을 대할 때 조금 가볍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던 중 읽게 된 경애의 마음 입니다. (0) | 2021.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