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중기획 우리 시대의 소설 4번째 오정희 작가의 [중국인 거리] 소개 뉴스 기사를 다시 확인하고 읽어 보았습니다.
주인공 9살 소녀 '나'의 이야기는 좁게는 한 가족이 아버지의 일자리를 찾아 항구도시 외곽의 중국인 거리로 이사 오면서 주변 인물과 사건을 살피며 일어나는 이야기지만 넓게 보면 6.25 이후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우리나라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퍼즐 한 조각 같은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6.25 직후를 살아내는 사람들 중 여성이 주변에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내는 모습을 어린 여자아이인 '나'의 눈으로 표현했고 후반부에 가서는 그 아이도 다음 세대 길을 걸을 여성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하는 것이 소명처럼 여겨지는 초조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의 패턴을 이끌어 갈 거냐에 작가의 섬세한 용어와 수려한 문체가 돋보였고 색채를 넣은 시각적 소재인 검정 석탄, 노란빛의 회오리, 흰색 페인트, 검둥이. 초록색의 액체, 비취반지, 백동전, 구리 버클 등은 구성지게 글을 이끌어 가는 요소였고 후각적 소재인 해인초의 향기는 글의 시점과 일관되게 같이 하며 글의 구성을 탄탄하게 다져 이끌어가 한 편의 짧은 독립영화를 보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특히 회충약에서 폐허가된 건물의 철거에까지 쓰이는 해인초의 향기는 소녀에게는 기억의 습작처럼 작용하는데요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 시절의 복잡하고 어수선한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가 같이 느낄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했고 작가의 시점에 눈높이를 맞추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소재로 소설을 다 읽고 났을 때 독자인 '나'도 주인공 '나'와 같이 어울려서 같이 성장한 것 같은 생생한 전달력을 갖게 했습니다.
글은 '나'가 보는 동선의 중심에 인물이 있고 모두 여성입니다. 동선의 시선을 쉽게 고정하려면 페미니즘에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중국인의 거리]의 동선의 묘미는 페미니즘으로 가기 전 간접적으로 오래 걸려 이야기하는 여성인물을 통한 여성상을 동선의 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9살의 소녀이고 한 가정의 딸이면서 친구이고 관찰자로 거칠지만 아직까지는 수동적인 인물로 직접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부여받는 건 초조를 경험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문화, 환경이 모두 무너진 상태의 어지러운 시절에 가장 가까운 여자인 엄마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8번째 임신을 통해 숙명 같은 원초적인 여성 역할을 맡았고 나이 많고 쇠약해진 할머니는 전쟁을 통한 불안감과 어지러움을 다 겪고 어렵게 살아내는 노후의 여성이 환경에 불만족스러움을 표현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은 할 수없어 순응하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같이 변하는 치매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족을 벗어나 바라본 '나'의 여자 친구 치옥은 나와 같은 어린 동년배지만 계모 밑에서 상처받고 늘 눈동자가 흔들리는 어린 여자로 어른 흉내를 내는 힘없는 인물로 표현되었고 결국에는 가족에게 버려지고 사회에 내 던져져 지는 시대 여성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기라는 양공주는 존재 자체가 동정심조차 유발하지 않는 여성상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기는 환경에 의해 철저하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여성으로 남성인 미국 흑인 병사에게 창가에서 던져져 죽임을 당하는 인물로 남성의 힘과 폭력의 피해자로 보이고 있습니다. 여성으로 자신을 팔며 어렵게 돈을 벌고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꿈을 꾸는 것조차도 절대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상황의 여성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매기의 딸로 보이는 혼혈아 제니는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장난감 같은 수동적 인물로 엄마 매기의 죽음과 함께 세상과의 관계에서 지워지는 무력한 여성이 처할 수 있는 가장 바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나'가 말하는 글의 남성은 몇 명 되지 않지만 모두 여성 위에서 여성의 의지에는 관심 두지 않는 여러 형태의 힘을 가진 인물들입니다. 유일하게 '나'가 느끼는 다른 남성은 양공주 매기 언니의 건너편에 사는 젊은 청년으로 창문 사이로 아련하고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청년은 '나'가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가 보고자란 여성상의 과정을 반복할 수도 있고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나의 정체성을 자극하는 인물로 등장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했습니다. 인간의 성장은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제대로 된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듯이 아직 미성숙된 여성 '나'가 앞으로 가질 수 있는 가치관과 정체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둡고 부족하고 초라한 현실 속에서도 자극되어야 하기에 젊은 청년은 유일하게 시선을 달리 갖게 할 수 있는 인물로 제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인물을 통해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주인공 '나'는 철이 들어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죽음과 주변 여성 인물들의 가족관계가 깨어지고 헤어짐을 통해 내적 성장을 하고 자신의 몸의 변화를 통한 외적 성장을 경험하게 되고 직시하게 됩니다. 냉혹한 시대 배경을 생각해볼때 여성이 느끼는 압박감은 지금과는 다르게 크고 존재감은 미비하게 느껴졌을 시대입니다. 당연하게 또는 전통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에서 오정희 작가는 '나'를 통해 가장 근본적인 여성의 문제를 건드려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주인공 '나'가 느꼈을 감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되는 것일 수 있지만 공감이 세상의 온도를 바꾸고 가치관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으니까요.
인터뷰 내용중 오정희 작가가 주인공을 다시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에 " 뚜벅뚜벅 걸어가 봐. 네 마음대로 가 봐. 많이 슬퍼하고 많이 아파하고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이고 단지 여성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 속에 주인공 '나'가 겪고 느꼈던 성장통은 기획된 성장통은 아니었기에 다시 도전하고 앞으로 나가서 너를 표현하라고 말해주고 싶고 숙명이 운명이 되도록 그냥 지켜만 봐서는 안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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