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우리시대의 소설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꼬마대장 2021. 6. 2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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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9시 뉴스로 책을 소개받습니다.

이문열 작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80년대 중반의 한국 사회를 초등학교 교실을 빌려 우의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철저하게 우화적인 구도를 가진 소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음, 1980년대 인물과 권력을 여러가지 의미로 나타낸 알레고리를 소설화한 작품이 맞습니다.
소설이 쓰여질 당시 힘 있는 인물들의 권력과 사회의 모순점들을 학교의 한 학급으로 그려냈는데요 무력으로 반을 통치하는 엄석대와 엄석대의 체제에 저항하는 그리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서울 전학생 한병태, 무능력과 나태함을 엄석대의 체제와 바꾼 5학년 담인 선생님 그리고 다른 중요한 주제들과 역할을 모두 비껴가는 반 학생 들은 그 시대 억압에 가려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전학생 한병태는 학급의 구조와 체계가 잘못된것이란걸 인식하고 있지만 그 자신도 같은 또래이고 힘을 모아 대응하기에는 정체성과 자아가 완전하게 형성되기 이전으로 권위와 힘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환경임에 분명했습니다. 학급을 변화시키고 싶었지만 학급을 벗어나도 엄석대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립된 억압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고정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는 걸 어린 나이에도 알 수밖에 없었던 거 같습니다. 민주화란 표현으로 변화를 추구하던 전학 초기의 정의감에 학급에서 왕따를 당하고 맘고생을 하게 된 후에는 -"그러니까 내가 그의 질서에 온전히 길들여지고 그의 왕국에 비판 없이 안주하게 되었을 때" 90p- 엄석대의 호의를 받으며 초기에 자존심과 수치심은 감추어 묻어두게 됩니다. 이때 방관자와 같았던 5학년 담임선생님의 의지와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변화를 이르킬 수 있었겠지만 나는 글을 읽는 내내 어린 한병태에게만 기대하고 변화를 계속해주기를 바라며 내용을 바라보았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엄석대의 보호자와 다른 학교 관계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짧게나마 한병태에게 보호자인 부모님의 영향력을 보여주고 설명하고 있듯이 분명 엄석대가 가질 수밖에 없는 인성의 배경을 가족환경을 통해서 설명해 줄 수 있었고 학교의 다른 인물을 통해서라도 불합리한 권력 구조의 변화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지만 오로지 한병태의 시선으로만 엄석대와 반 학생과 담임 선생님을 읽을 수 있습니다. 철저하게 주요 권력구조의 인물들 몇몇이 끌어가는 구성입니다. 당시 시대의 변하지 않는 기득권 권력체제와 집단을 온전하게 보여주고자 했던 거 같습니다.
여러 가지 기법의 인물 그림을 모아 놓은 것 같은 이야기는 엄석대의 이야기 같지만 한병태의 이야기였습니다. 엄석대란 인물을 그리기 위해 얼굴의 골격과 연골을 자세하게 관찰했는데 이야기 전반에 걸쳐 엄석대란 모델을 그리는 한병태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보여주는 흐름입니다. 그 흐름을 다시 바꿔놓는 인물은 6학년 새로 반을 맡게 된 젊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유능함과 성실함이 인정되어 특별히 입시반 담임으로 발탁되었다는 소문의 담임 선생님은 첫날부터 남다른 데가 느껴지는 인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6학년 담임 선생님은 엄석대의 왕국을 빠르고 확실하게 부수는 인물인데 어쩌면 그 당시 시대가 바라고 그래 주었으면 하는 혁명의 의지를 보여주는 인물로 보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가를 말합니다. 글의 전반에서도 보이듯이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건 엄석대의 힘이 아니고 엄석대를 무조건 신뢰하고 눈감아주고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 잘못된 힘을 가진 엄석대를 지지하는 담임 즉 어른의 모습에 있습니다. -"너희들은 당연한 너희 몫을 빼앗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불의한 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그것도 한 학급의 우등생인 녀석들이.... 만약 너희들이 계속 그런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앞으로 맛보게 될 아픔은 오늘 내게 맞은 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그런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만들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114p 시선을 바꾸어 주는 어른의 제안은 당연하지만 어려웠고 구조를 바꾸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가스 라이팅 권력을 분별하는 힘을 키워주는 계기가 됩니다. 엄석대가 학교를 떠난 학교는 갑자기 아름다운 공간이 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 간의 분쟁과 의견 충돌은 계속되지만 영원히 벗어날 수 없고 억압의 존재를 바꿀 수 없다는 굴레는 벗어나 새로운 의지를 가지게 됩니다.


이문열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서도 밝혔듯이 결말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민의 희생량은 엄석대였고 성장 후 수갑이 채워지는 결말은 표면적으로는 선과 악의 주제로 보기 쉽지만 실제로는 계속되는 현실과 이상의 싸움의 연속선상의 단면으로 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시대의 소설 5번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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