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미동 사람들은 언제가 중학교 교과서에 일부 내용이 소개되었던걸 기억하고 있어서 쉬운 마음으로 손이 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유행에 민감하 다 못해 개인이 SNS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1980년대 원미동 사람들과 동네 가게들 사이의 갈등을 이해하는 것이 많이 낯설었고 요즘 세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가지면서 읽었던 소설입니다.
아련한 기억 속 시간으로 돌아가서 어린 시절 꼬마 수다의 눈에 비추어졌던 어른들의 생활상이 보이기도 했지만 조금은 불편하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의 소재들로 긴장하며 읽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겪었을법한 이야기들을 마냥 편안한 추억으로 기억하기에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시대 배경을 생각하면 '공감'이란 단어가 떠오르면서 요즘 문화와 사람 관계가 많이 다른 걸 알 수 있습니다.
배경은 어수선하고 촌스러워 함께 사는 주민들도 모두 궁색 맞거나 이기적이거나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힘이나 권력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집니다. 복잡하고 주변시설이 좋은 서울에서 밀려 밀려 이주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원미동, 길은 정비되지 않았을 테고 제각각 지어진 집마다 사연 없이 사는 사람들이 없어 보입니다.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보이는 사건 사고들 속에 가끔 지켜지지 않는 상식과 이기주의가 불편함을 주기고 하고 욕심을 내고 냉정하게 돌아서거나 이기심으로 단합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살짝 조바심이 생기고 정서적으로 공감하기를 주저하게 됩니다. 바른 행동과 정직함이 꼭 지켜지지 않기도 하고 정직한 마음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어서 꼭 선이 이기는 내용도 아닙니다
'정'으로 포장된 사연있는 사람들의 갈등은 현실과 맞지 않는 대목도 있습니다. 이웃이지만 서로의 일에 직접적인 관여와 조언을 하는 부분이나 동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형의 모습 요즘에는 보기 힘든 대가족의 가족 구성과 남녀의 지위와 평등을 배려하지 않은 인물들 간의 희생을 요구하는 사건 사고들이 있습니다. 동네 업체들이 단합하고 분위기를 조장하는 상도에 어긋나는 부분이나 항의하는 남자를 넘어뜨리고 폭행까지 하는 내용들은 오래된 드라마처럼 공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 지금의 시대상을 적용해보면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고려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 당사자가 된 듯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생각을 바로잡아가는 이야기에서 끊지 못하는 끈끈함이 있는 소설 원미동 사람들입니다. 집이 있는 사람과 집이 없어 세를 사는 사람들의 감정이 대비되어 나옵니다. 자신의 일과 타인의 일을 구분 짓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람들이 있고 가진 거 없이 타인의 일에 앞장서 나서는 것이 좋은 사람의 모습도 보입니다. 젊은 새댁의 순수함과 지혜가 보이기도 하고 산전수전 다 겪어 마음을 비운듯하지만 실제로는 이해타산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 시대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때 그랬지라며 혼돈보다는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소설임이 분명합니다. 실제 수백 년 전이 아니라 20~30년 전 우리의 부모가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을 키워내며 정신없이 살기 바빴던 그 시절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꾸밈없고 미화되지 않았으며 과장하지 않은 우리 부모님, 형제자매 , 우리 이웃들이 살아내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불편함 있는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냈던 어른들은 못 본 척하고 싶지만 그리워하고 있는 시대일 수 있습니다.
세상과 주변은 늘 변하고 있고 우리도 변해왔습니다. 기억할것은 변화 속에서 언제든 우리는 원미동 사람들과 같은 갈등구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고 자본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풀기 위해서 삶의 본질을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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