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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

꼬마대장 2022. 4. 2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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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는 것 같은 여자의 이야기를 정리한 소설이었습니다. 김지영의 이야기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보였던 상황에 누군가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나무에게는 성장과 열매를 맺는 고통의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처럼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사회현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할 때 우리는 이미 변화의 순간을 맞이했다는 생각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여성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달해야 했고 김지영의 빙의는 절실함이었습니다. 김지영의 성장과정, 사회생활, 가정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감정은 페미니즘을 말하기 위한 거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 과하지 않았고 특별히 큰 이미지가 아닌 개인이 처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므로 수많은 편견을 가진 독자들이 모든 것을 가깝게 체험할 수 있도록 직접 묘사했다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무언가가 잘못되어도 계속 가야만하는 상황이 김지영을 통해 보였습니다. 쳅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도별로 나뉘어 놓은 것도 언제 끝날지 모르고 계속 반복되는 여성이 겪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배려로 포장된 이기주의를 말하고 있습니다. 언제 마침표를 찍고 세상이 변할지 알 수 없음을 이야기하려 했던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제 이야기에서 김지영은 엄마가 여자로서 받았던 불평등, 불합리 그리고 가족과 남동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만 했던 일들에 대해 사이사이 이야기하며 자신의 처지는 변화될 거라는 희망과 꿈을 꿈꾸지만 이야기가 후반까지 전개될 동안 여자에서 한 아이의 엄마와 아내라고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자한테 요구하는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사회문화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엄마가 여성으로 가졌을 실패감 좌절감을 똑같이 느껴야만 했고 그럼에도 후반부에 김지영은 여자로서 자아를 회복하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기회를 계속 찾는 모습입니다.
자신을 회복하고 기회를 찾으려 노력하는 여성을 대표한 김지영에게 작가는 빙의를 통해 변화와 회복을 이야기했습니다. 일반적이고 보편타당하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이례적이고 특별한 사건으로 확산시켜 인식시키려 하는 절실함을 빙의를 통해 대신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특별하고 타당한 이야기로 전달하기 위해서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명분 없는 페미니즘이다 쉽게 말하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명분과 필요성을 잘 전달해 준 소설이 된 거 같습니다.
문학적으로도 잘 쓰여진 책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데 차분하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덤덤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남편 정대현의 일관적인 배우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도 책이 요구하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을 잘 중화하고 중심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남편 정대현도 남성으로서 힘들지만 꾸준히 여성을 돕고 가정적인 사람으로 비추어집니다. 물론 읽다 보면 남편 정대현이 평점심을 갖고 큰 버팀목처럼 김지영을 옆에서 지켜주고 있는 모습이 여성은 나약하고 남성은 강하다고 비춰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부부로써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반대의 상황에 처했을 때 여성 김지영도 남편을 지켜주려 애썼을 것입니다.
글에서 아이를 대하는 김지영의 모습도 이야기해봅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모습보다는 엄마가 되면서 포기한 여자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너무 편향적으로 여성의 주장을 드러내려 했던 건 아닌가 해석될 수 있지만 김지영을 통해 말하려 했던 중심은 여성이었기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자신의 인생의 방해자라 생각하는 엄마는 없습니다. 다만 한 생명체가 태어났을 때 아무도 더 나은 모습의 여성으로서의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가르쳐 주는 이는 없고 엄마로서 책임만을 강조하는 암묵적인 사회 분의 기이기에 김지영은 아니 여성은 혼란스럽게 느꼈을 거라 생각했고 그 혼란스러움의 원인을 찾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구절은... 졸업을 앞둔 김지영이 취업을 못하고 불합격 소식이 들려오자 아버지는

"넌 그냥 얌전히 있다 시집이나 가"
이제껏 더 심한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김지영 씨는 갑자기 견딜 수가 없어졌다.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아 숟가락을 세워 등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딱, 하고 단단한 돌덩이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숟가락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당신은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그런 고리타분한 소릴 하고 있어? 지영아 너 얌전히 있지 마! 막 나대! 알았지?"

여성들이 겪었고 겪고 있는 부당함에 대해 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대를 겪어온 어머니가 이제야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발언하는 장면입니다. 이제야 그 목소리가 세상에 반영되어 아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어머니와 김지영을 안아주고 싶어 집니다. 물론 어머니의 말처럼 되려면 남자들의 인식 변화와 협업도 있어야 하기에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 전 양성평등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전제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번에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더구나 오랜 시간 관습처럼 지내왔던 일들에 대해서는 벽이 높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까지도 작가는 똑 부러지는 변화에 대한 방향이나 결과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이슈화하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우린 이미 변화를 시작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82년생 김지영이 가진 우울감은 점차 줄어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82년생 김지영 표지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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