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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우리시대의 소설 50

공선옥 장편소설 오지리에 두고온 서른살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는 말을 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여자라는 대상이 한 시대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살면서 갖는 쓸쓸함, 우울함, 인간 삶의 실존적인 테마를 리얼하게 이야기하며 마음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표현합니다. 서른 살의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페미니즘을 빌리지 않고 여자라면, 엄마라면 모두가 알 것 같은 상처는 읽는 사람 누구나 함께 공감하고 치유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체옥과 은이는 서른 살이 되어 고향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어릴 적 환경과 성격 차이로 우정과 사랑의 관계가 미묘한 경쟁심으로 얽힌 친구사이입니다. 전형적인 삼각관계를 갖고 있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구질구질하고 세련되지 못한 조합으로 흥미를 주..

정찬 소설집 완전한 영혼

소설을 검색하다 보니 문학과 지성사에서 소개한 1980년 광주를 다룬 소설 3편 임철우 [봄날], 한강 [소년이 온다] 그리고 정찬 [완전한 영혼]이 있습니다. 세편의 소설 모두 우리 시대의 소설에 소개되어 운 좋게 순차적으로 읽다 보니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룬 작가들의 시선에서 그날을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을 쓸 것인가, 왜 쓰려하는가를 보여주는 다양한 관점을 확인해 봅니다. 정찬의 완전한 영혼은 인간 안에 있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 중 당신은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인간탐구에 관한 소설이었습니다. 선처럼 보이는 악, 평화처럼 보이는 분노, 진실처럼 보이는 왜곡된 사실... 앞선 두 소설이 5.18 광주 민주화항쟁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그리며 쓴 소설이라면 완전한 영혼은 그날의 ..

이인성 낯선 시간 속으로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라는 책은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되는 고뇌를 스스로 관찰하고 시간적 흐름대로 적은 자전적 서술적 소설이라고 정의하면 좋을듯합니다. 1980년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읽은 작품 중 가장 요즘 세대의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 데자뷔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또한 너무 깊은 사고가 창의성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청춘이 가질 수 있는 도전의 기회를 막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해봅니다.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면서 정신분열, 다중인격, 죽음 등의 정신과적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선구적인 독창성을 갖은 소설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현실을 무시한 자의식을 서술했다는 악평을 받은 소설인만큼 호불호가 있는 소설임이 분명하고 너무도 주관..

최윤 하나코는 없다

3인칭 인물인 하나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기에 처음에 들었던 의문들 일본 사람일까? 직업은 뭘까? 누구와 연결된 사람인지? 왜 떠난 거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에 대한 궁금증들이 일었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주체가 1인칭 중심으로 바뀌면서 처음 가졌던 의문들과 궁금증이 모호해집니다. 하나코에 대한 행적은 분주해 보였고 상항에 충실했지만 갑작스런 그녀의 실종 후 사람들이 기억하는 하나코는 생각도 사랑도 여유도 없는 텅 빈 느낌의 인물로 기억되는 걸로 보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실종에 대한 단서도 있지만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부분도 책 읽기를 마무리할 때까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나코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사람, 일상 중심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시계의 톱니 바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

박상영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한참을 깔깔거리며 유쾌하게 읽고 나 뒤돌아서서는 괜스레 무색해져서 작가 사진을 다시 쳐다보게 됩니다. 성지향정체성에 관련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이 책을 읽고 꼭 한번은 작가에 대한 검색을 해 보았을테고 박상영 작가의 성지향정체성에 대한 확실한 내용을 찾아야 속이 후련했거나, 동병상련을 느낀 작가에게 우린 같은 편이네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겠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글 속의 주인공과 같이 성지향정체성을 고민하는 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꽤 괜찮은 사람이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이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보통 성지향정체성에 관련된 기사나 도서를 보게되면 주로 차별을 없애고, 세상의 편견에서 자신을 지켜내고 자신 있게 사회에 귀속되어 삶을 꿋꿋이 ..

백민석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같은 책을 보고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누가 봐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소설이 있다면 이 소설이겠구나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이성으로는 해석이나 의미 분석이 무의미하겠구나 생각됩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책일 수 있다는 기대도 해봅니다 논리적인 스토리를 짜서 시작된 이야기라기보다는 번뜩이며 든 한두 개의 소재가 아이디어가 되고 힘이 되어 글이 시작됩니다. 글이 진행되면서 복잡해지고 정리되지 않은 듯한 어지러운 연결들이 쳅터마다 주제가 되고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됩니다. 백민석 작가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보라색 곱하기 회색으로 어두운 명도지만 모든 색채는 빛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면 분명 개성 있는 색깔을 가진 작가임이 분명합니다. 이상한 주인공의 말과 행동 그리고 만화 캐릭터를 이름으로 갖고 있거나..

정세랑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

제목부터 신선했던 소설 . 말 표현이 부족한 내가 갖고 있던 생각과 순간포착의 경험을 그대로 글로 전달해줄 수 있겠다 싶은 손에 꼽는 작가로 기억하며 다른 소설들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시공간을 한참이나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는 폭 넓은 시대상 배경과 다양한 인물 구성으로 슬금슬금 책 읽기 좋은 가장 게으르고 편안한 자세를 찾아서 하루의 반을 보내 다 읽고 후회가 없는 책입니다. 책 표지 뒷면에 박상영 소설가가 쓴 서평처럼 '내 생에 이토록 한국의 현대사를 정통으로 관통하는, 그러면서도 경쾌함과 꼿꼿함을 잃지 않는 인물을 본 적이 있었던가'라는 멘트가 머리를 치는 소설입니다. 일제 치하부터 현대까지 시선으로부터 출발되어 저마다의 사연을 이유로 정체성을 찾고 고유한 자신을 돌보고 찾아가는..

조해진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면서 그 소중함을 깨 닳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큰 행복과 능력이 있더라도 깨닫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절망의 감정, 슬픔의 감정 등의 아픔으로 밤새 뒤척일지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다양한 모양의 삶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합니다. 글 속의 주인공 '나'는 탈북민 '로기완'의 인터뷰를 보고 사람에 대한 궁금증, 현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이입시키면서 벨기에로 로기완의 행적을 찾아 떠나 글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주인공 '나'는 차분하면서 감정적이고 사랑과 연민으로 고뇌하는 인물로 보입니다. 사랑하지만 실질적인 이별을 하지 못한 재이와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알게 되고 프로그램의 활성화와 시청률을 위해 수술을 미루었다가 ..

이승우 장편소설 식물들의 사생활

사랑이란 주제가 한층 넓고 깊어진 작품세계로 표현되어 불안한 긴장감을 갖고 전개됨에도 시대, 인물, 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한 가족을 넘어선 초자연적인 사랑의 깊이까지 확장하여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한 편의 동화 같고 영화 같은 이야기임에도 마냥 허구적이지 않은 진실성이 느껴지는 도서로 인물 구조 자체가 주제였습니다. 처음 시작은 두 형제 기현과 우현 사이에 의도하지 않게 엇박자로 흘러가는 인생의 엮임이 개인적으로 많이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양다리를 사고로 잃은 큰아들의 본능적인 생리적 욕구를 해결해주기 위해서 아들을 업고 사창가를 주기적으로 다니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 기현은 창녀를 사서 형이 있는 모텔방에 넣어 줍니다. 두 형제의 관계 이해는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 시간을 거슬러 기술된 사..

오탁번 소설 아버지와 치악산

글을 읽으면서 작가와 아니 글과 썸을 타고 있는 제 모습을 확인하고 많이 설레었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표제로 선정된 아버지와 치악산이란 소설 외에 오탁번 작가님의 다른 소설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따뜻함과 뭉클함이 깔끔한 와인처럼, 물 타지 않은 원액의 과일청 같은 진한 향기로움이 참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체가 이런거구나 취향도 짚어 봅니다. 너무도 평범하고 미화된 문장도 꾸며진 인공적인 이야기의 흐름도 없지만 가깝게 느껴지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에 단편소설이 한편씩 마무리되어 책장이 넘겨질 때마다 감동적이면서 상쾌하기까지 합니다. 아버지와 치악산은 부자관계에 집중된 이야기입니다. 관계속에서 이루어지고 형성되고 성장한 내면의 기록들이 일상적이고 평범했을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세대 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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