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인물인 하나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기에 처음에 들었던 의문들 일본 사람일까? 직업은 뭘까? 누구와 연결된 사람인지? 왜 떠난 거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에 대한 궁금증들이 일었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주체가 1인칭 중심으로 바뀌면서 처음 가졌던 의문들과 궁금증이 모호해집니다.
하나코에 대한 행적은 분주해 보였고 상항에 충실했지만 갑작스런 그녀의 실종 후 사람들이 기억하는 하나코는 생각도 사랑도 여유도 없는 텅 빈 느낌의 인물로 기억되는 걸로 보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실종에 대한 단서도 있지만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부분도 책 읽기를 마무리할 때까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나코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사람, 일상 중심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시계의 톱니 바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코의 생활이 가려지고 불일치하는 부분들을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았고 존중하지도 않았고 관계에만 집중했습니다. 관계가 없어지고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냉소적이고 이기적이고 편의주의로 바뀌는 사람들의 내면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정신적인 갈증을 느낍니다.
[하나코는 없다]는 원인을 찾아 힘을빼는 시원한 반전이 있지 않습니다. 원인과 설득에 대한 부분에 의미를 두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짚어 보게 합니다. 어느 이야기가 진실이고 신뢰성이 높은가에 집중하지 않고 내가 알고 싶은 것, 내가 필요한 시간, 내가 기억하기 편한 것만을 인정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불편한 사실을 어떻게 담아 전달하여 털어내는가에 비중을 두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도 같이 생각하게 합니다.
하나코가 모임 남자들의 이야기에 마음과 시간을 주지만 다시 돌아섰을때 현실에서는 남자들의 진실을 보게 됩니다. 하나코의 대상을 남자로 지정해서 글이 전개되어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넘겨 볼 수도 있지만 작가는 근본적인 인간에 근성과 관계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현실을 바꾸고 싶어 하고 부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섬세한 하나코에게 들켰을 때 보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살아가면서 계속 생각할 과제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입에서, 머리에서 맴도는 하나코란 이름입니다. 아무것도 정확한건 없지만 코가 예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나코를 인정하고 보조자로 그들이 계속 교류했던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안개처럼 흐릿하고 정확하지 않은 하나코를 관계 속에서의 익숙함으로 옆에 두기 위해 쉽게 지은 하나코라는 네이밍은 작가가 이 글을 쓰게 되는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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