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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장편소설 백의 그림자

황정은 장편소설 백(百)의 그림자 내가 처음 접한 황정은 작가는 자신의 글을 나와 같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지만 같은 시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황정은 소설가의 이야기를 더욱 세심히 자세하게 들여다 보고 집중하게 되는가 봅니다. 좋은 소재이고 반드시 알려야 하는 사회적 주제라 해도 누군가 관찰하고 투자하여 내 의지를 표현할 때 작품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하게 바라보지만 날카롭게 타협도 할 줄도 알아야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정은은 선은 잘 지키면서 사회 부조리와 구석으로 몰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사이에서 똑같이 평범하게 피어날 수 있는 연인들의 사랑이야기까지 격하지 않고 무심한 듯 간결하고 힘 있게 보여주고 ..

공선옥 장편소설 오지리에 두고온 서른살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는 말을 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여자라는 대상이 한 시대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살면서 갖는 쓸쓸함, 우울함, 인간 삶의 실존적인 테마를 리얼하게 이야기하며 마음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표현합니다. 서른 살의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페미니즘을 빌리지 않고 여자라면, 엄마라면 모두가 알 것 같은 상처는 읽는 사람 누구나 함께 공감하고 치유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체옥과 은이는 서른 살이 되어 고향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어릴 적 환경과 성격 차이로 우정과 사랑의 관계가 미묘한 경쟁심으로 얽힌 친구사이입니다. 전형적인 삼각관계를 갖고 있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구질구질하고 세련되지 못한 조합으로 흥미를 주..

박현숙 장편소설 구미호식당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책 표지의 한 줄의 멘트를 보고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 들어하던 청소를 뒤로하고 그 자리서 다 읽고서야 일어서 봅니다. 몇 해 전에 아이의 독서 목록에 있던 제목을 보고 사다 주고는 까맣게 잊었던 책이 있었네요. 청소년 권장도서였다고 했는데 읽고 보니 어른이 책입니다. 재치 있게 옷을 입은 스위트 한 멘트들이 눈에 띄어 작가가 참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구나 생각도 해봅니다. 단 읽기 전 단점이 눈물 주의라는 건 알고 시작하세요. 대학시절 가족관계 시간이었는지 생리학 시간이었는지.... 암튼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죽음, 자살 등에 대한 주제가 나왔고 태어나서 한번도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은 학생이 있는지 손을 들어보라는 교수님의 질문에 단..

꼬마수다 책장 2022.02.02

정찬 소설집 완전한 영혼

소설을 검색하다 보니 문학과 지성사에서 소개한 1980년 광주를 다룬 소설 3편 임철우 [봄날], 한강 [소년이 온다] 그리고 정찬 [완전한 영혼]이 있습니다. 세편의 소설 모두 우리 시대의 소설에 소개되어 운 좋게 순차적으로 읽다 보니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룬 작가들의 시선에서 그날을 어떻게 쓸 것인가, 무엇을 쓸 것인가, 왜 쓰려하는가를 보여주는 다양한 관점을 확인해 봅니다. 정찬의 완전한 영혼은 인간 안에 있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 중 당신은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인간탐구에 관한 소설이었습니다. 선처럼 보이는 악, 평화처럼 보이는 분노, 진실처럼 보이는 왜곡된 사실... 앞선 두 소설이 5.18 광주 민주화항쟁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그리며 쓴 소설이라면 완전한 영혼은 그날의 ..

이인성 낯선 시간 속으로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라는 책은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되는 고뇌를 스스로 관찰하고 시간적 흐름대로 적은 자전적 서술적 소설이라고 정의하면 좋을듯합니다. 1980년대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읽은 작품 중 가장 요즘 세대의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 데자뷔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또한 너무 깊은 사고가 창의성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청춘이 가질 수 있는 도전의 기회를 막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해봅니다.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면서 정신분열, 다중인격, 죽음 등의 정신과적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선구적인 독창성을 갖은 소설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현실을 무시한 자의식을 서술했다는 악평을 받은 소설인만큼 호불호가 있는 소설임이 분명하고 너무도 주관..

최윤 하나코는 없다

3인칭 인물인 하나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기에 처음에 들었던 의문들 일본 사람일까? 직업은 뭘까? 누구와 연결된 사람인지? 왜 떠난 거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에 대한 궁금증들이 일었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주체가 1인칭 중심으로 바뀌면서 처음 가졌던 의문들과 궁금증이 모호해집니다. 하나코에 대한 행적은 분주해 보였고 상항에 충실했지만 갑작스런 그녀의 실종 후 사람들이 기억하는 하나코는 생각도 사랑도 여유도 없는 텅 빈 느낌의 인물로 기억되는 걸로 보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실종에 대한 단서도 있지만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부분도 책 읽기를 마무리할 때까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나코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사람, 일상 중심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시계의 톱니 바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

박상영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한참을 깔깔거리며 유쾌하게 읽고 나 뒤돌아서서는 괜스레 무색해져서 작가 사진을 다시 쳐다보게 됩니다. 성지향정체성에 관련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 였습니다. 이 책을 읽고 꼭 한번은 작가에 대한 검색을 해 보았을테고 박상영 작가의 성지향정체성에 대한 확실한 내용을 찾아야 속이 후련했거나, 동병상련을 느낀 작가에게 우린 같은 편이네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겠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글 속의 주인공과 같이 성지향정체성을 고민하는 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꽤 괜찮은 사람이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이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보통 성지향정체성에 관련된 기사나 도서를 보게되면 주로 차별을 없애고, 세상의 편견에서 자신을 지켜내고 자신 있게 사회에 귀속되어 삶을 꿋꿋이 ..

백민석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같은 책을 보고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누가 봐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소설이 있다면 이 소설이겠구나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이성으로는 해석이나 의미 분석이 무의미하겠구나 생각됩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책일 수 있다는 기대도 해봅니다 논리적인 스토리를 짜서 시작된 이야기라기보다는 번뜩이며 든 한두 개의 소재가 아이디어가 되고 힘이 되어 글이 시작됩니다. 글이 진행되면서 복잡해지고 정리되지 않은 듯한 어지러운 연결들이 쳅터마다 주제가 되고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됩니다. 백민석 작가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보라색 곱하기 회색으로 어두운 명도지만 모든 색채는 빛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면 분명 개성 있는 색깔을 가진 작가임이 분명합니다. 이상한 주인공의 말과 행동 그리고 만화 캐릭터를 이름으로 갖고 있거나..

천선란 장편소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쓸데없는 예민함이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소재를 추리해 본 지 꽤 되었는데 요 며칠에서야 읽어봅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뱀파이어를 만나면서 펼쳐진 바람 없이 추운 겨울날 피어난 아름다운 잔혹동화 같은 소설입니다. 이야기는 철마재활병원에서 연속되는 의문의 투신자살 사건 발생으로 시작됩니다. 재활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의 가족들조차 점차 찾아오지 않는 외로운 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환자 한 사람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단순 자살로 여겨지지만 형사 수연은 한결같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하는 이상한 죽음에 의문을 갖습니다. 수연은 어린 시절 암울한 환경에서 자신의 위로자이자 조력자였던 동네 문구점 은심 할머니와의 인정 때문에 병원에 자주 들리며 수사를 이어가고 수사 현장에서 만나는 완다라는 여자로부터 뱀파이어의 소행이..

꼬마수다 책장 2021.12.26

정세랑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

제목부터 신선했던 소설 . 말 표현이 부족한 내가 갖고 있던 생각과 순간포착의 경험을 그대로 글로 전달해줄 수 있겠다 싶은 손에 꼽는 작가로 기억하며 다른 소설들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시공간을 한참이나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는 폭 넓은 시대상 배경과 다양한 인물 구성으로 슬금슬금 책 읽기 좋은 가장 게으르고 편안한 자세를 찾아서 하루의 반을 보내 다 읽고 후회가 없는 책입니다. 책 표지 뒷면에 박상영 소설가가 쓴 서평처럼 '내 생에 이토록 한국의 현대사를 정통으로 관통하는, 그러면서도 경쾌함과 꼿꼿함을 잃지 않는 인물을 본 적이 있었던가'라는 멘트가 머리를 치는 소설입니다. 일제 치하부터 현대까지 시선으로부터 출발되어 저마다의 사연을 이유로 정체성을 찾고 고유한 자신을 돌보고 찾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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