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수다 책장

물리학자 이기진 교수가 쓴 연애의 실험

꼬마대장 2023. 11. 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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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습작의 의미를 찾아보면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는 의미로  한 블로거는 곱씹는다라는 단어로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사람은 생각한대로 기억하게 된다고 하는데 연애, 사랑에 대한 기억은 그 의미와 느낌이 경험에 의해 형성되어 당사자에 따라서는 쉽게 왜곡될 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사람의 연애에 대한 기억을 같이 들쳐 보는 건  무척 조심스럽고 편먹기 하는 초등학생의 마음이 되기도 하고  호기심이 발동되는 개구쟁이가 되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그 상황을 전혀 알 수 없겠지만 공감하기도 비교하며 나와 공통점을 찾기도 할 테니 아이러니한 작업이라는 생각이다.

이기진 교수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연애에 대한 생각을 당신의 일러스트 작품들과 같이 담아낸 책 [연애의 실험]은 맛있는 색감의 표지부터 눈으로 읽기 시작하게 만든다. 고민할것 없이 먹어보고 싶은 쨍한 색상의 표지와 제목의 달콤함이 손이 간다. 당신의 연애가 이렇게 쨍하고 매력적이지 않았냐고 묻는 것 같다.

연애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에너지를 공유하고 더하기도 빼기도 했던 시간을 이기진교수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한 만큼 아릅다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며 이런 모순을 설명할 수 있는 것 또한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았을 테고 온전히 위안을 받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하고 때론 자신 또는 상대방의 희생을 말없이 바라거나 대가 없이 해 줬을 시간이 아름답지 않았다고 말하니 반발심이 쑥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리지 않아서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그때 그랬었지..... 그때 그랬던 기억에는 기쁨 환희 감사 위안도 있지만 상처 생채기란 단어도 같이 떠오른다. 

책을 읽으면서 미쳐 정리하지 못했던 나의 연애에 대한 기억을 되새겨 보면서 상처, 생채기, 스크레치라는 단어를 계면장력이라는 단어와 연관 지어 보았다.  2개 이상의 물체가 혼합하지 않고 층을 이루고 접할 때 이 경계면에 발생하는 장력으로 2상 이상의 경계면에서 그 면적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두 연인의 연애 감정이 계면장력과 같지 않을까? 연애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하는데 노력이나 희생이 없이는 온전하게 합해지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기분좋은 감정만 있다면 좋겠지만 때론 다투기도 하고 미움이나 원망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과정이 잘 넘어간다면 진정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생각이다.  헤어지지 않아 결혼에 골인을 해도 연애에 대한 감정과 기억은 결혼과 별개로 존재하니 내 것을 다 포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도 좋을듯싶다. 결혼은 계면장력에 의해 최선의 방향으로 나아간 결과이다. 

연애의 실험에서는 니편 내 편 옭고 그름을 따질 필요는 없다. 다만 연애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한 어감과 단어가 주는 기억들을 소환하기만 하면 되도록 책 또한 편안하고 가볍게 쓰려 노력했다. 물론 내용이 가볍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림의 여백처럼 글에도 여백을 주고 있어서  독자에 따라서는 자신의 연애사를 다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기억만으로 가슴깊이 곪아있던 상처가 치유될 수도 있다. 그래도 남아 있을 무언가는 시간에 맡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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