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수다 책장

여행의 이유, 김영하 산문

꼬마대장 2023. 10. 23. 02:55
반응형

지난해부터 심해진 두통, 언제 왔는지 기억도 없는 신경과에 벌써 두 번째 방문이란다.

무엇이 나를 골치 아프게 했는지 딱히 손꼽지는 못하겠지만 덕분에 만나게 된 책, 김영하 산문 '여행의 이유'다.

신경과 대기하며 잡지 코너에 꽂혀진 책을 하나 집었는데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 여행의 이유' 다. 대기 시간이 길어 읽다 보니 재미나서 계산하며 하루만 빌려달라고, 내일 점심때 꼭 가져다 드리겠다고 약속받고 맘 좋은 간호사님이 빌려주어서 밤새 읽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김영하 작가의 책을 몇권 읽으면서 말 못 할 혼동스러움에 유명세에 비해 실속 없는 책이라며 혼자는 어려웠던 작가의 정체성에 대해 말도 못 하고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내가 이해 못 하고 끙끙거렸던 작가의 정체성을 이해했고 김영하 작가의 책을 경험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 나의 일상을 내 창조의 세계로 다니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사는사람중에 하나인데 작가님도 같은 말을 하셔서 깜짝 놀라며 반가웠고 내 사고방식에 이상이 없음을 인정받은듯한 기쁨을 느끼기도 하였다.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라는 소재목을 보고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친정을 가면 부지런한 엄마는 집안 구석구석을 닦고 정리하시지만 옛날 자녀들이 책과 책상까지도 버리지 못하고 정리해서 두고 계신다. 그 밖에도 오래된 살림살이들이 하나하나 구멍가게처럼 즐비하게 가지런하지만 멋스럽지 않게 늘어져 있고 쌓여있다. 간직하고 계신 그 마음을 알면서도 다 버리고 필요한 것만 놓고 사시라고 잔소리를 하고 올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편하지 않은 마음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도 걸리지만 기억을 갖고 있을 물건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과 편안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도 이야기하듯이 익숙하고 편하지 않은 것이 사람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전해줄 수 있다. 나이가 드셔서 환경에 변화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사람은 같다. 프레임의 변화가 없이는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없고 이런 감정과 경험은 그런 불안감과 공포가 기반되었을 때 새로운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  작가는 이런 새로운 경험을 줄 소재가 여행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일상에서도 기본원리는 같다는 생각이다. 

작가는 여행자는 자신을누구인지 내세우려 했을 때 이 부분이 채워지지 못하면 허전함과 허무함이 밀려온다고 말하며 반대로 낮추게 되면 볼 수 없던 누군가의 삶과 여행을 만난다고 했다. 어릴 적 전학이 많았고 해외 경험과 잦은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간단한 생각이 아니다. 그 생각의 힘은 작가의 삶의 방식을 조정했고 글을 쓰는 원동력이 분명했을 거란 생각이다.

작가는 소설을 쓰는것이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일이라고도 했다. 낯선 세계를 내 안에 들이는 일이고 재구성해 만들어 나가는 세계라고도 했다. 이는 여행과 무척이나 닳은 이야기이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다 쏟아내고 새로운 것을 채워오고, 꼭 그렇지 않다 해도 상처를 모두 흡수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나와 모든 것을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여행이 필요한 게 분명하다.

증거는 작가의 글에서 볼 수 있다.  다수의 도서들이 맨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처럼 새로 시작되는새로운 소재와 삶이 묻어나고 글에 대한 책임감까지 볼 수 있었다.

귀하고 아름다운 독자들에게 작가의 모든 마음을 담아주고 정성을 주고 있는 김영하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는건 당연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글을 선택하는 이유가 가장 궁금했는데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 나의 궁금증도 해결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