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수다 책장

정지아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날들, 시간을 그리듯 글로 쓰다

꼬마대장 2023. 10. 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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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스 24에서 정지아 작가의 신작이 발표되면서 [나의 해방일지]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다시 작가의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연필화처럼 섬세한 글을 좋아하는 편이고 붓터치가 느껴지는 그림처럼 '나 누구 작가요'라며 표내는 숨이 느껴지는 글을 좋아한다. 그런 재질에서 정지아 작가의 글은 만족스러웠기에 골라 잡은 [나의 아름다운 날들]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정지아_나의아름다운날들

단편집으로 구성되어있어 작가의 비슷할 수 있는 글의 흐름을 끊어주어 색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틈을 사이사이 많이 주는 것도 좋았다. 제법 무게가 있는 주제부터 세상 부럽고 살가운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술술 풀어내는 작가의 문체는 막힘이 없다 보니 사회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거나 다운될 수 있는 소재와 인물들의 내면 갈등이 많이 대조되고 부딪치며 긴장감을 주기도 하지만 읽는 걸 포기하지 않게 하는 마성의 힘이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처음으로 읽은 독자라면 첫 단편 [숲의 대화]에서부터 어! 비슷한 주제들 아닌가 싶어 잠시머뭇할 수 있을 법도 하고 내심 비슷한 배경에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을 수 있다. 처음 언급 했던 것처럼 다양한 소재의 단편들이다 보니  단편 쳅터마다 생각하는 시간이란 걸 주면서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기우를 무시하게 한다. 

생각의 시간을 준다는 의미는 다른시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숲의 대화에서 볼 수 있는 사상을  절대 고독대신 절절한 로맨스로, 천국의 열쇠에서 볼 수 있는 아슬한 사회문제를 인간의 이성과 감성의 대비로, 브라보 럭키라이프에서는 무지한 사랑 속 신에게 하는 기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핏줄에서는 절대사랑 대신 사랑의 이분법, 나의 아름다운 날들은 약간의 가증스럼 속 부러움과 예쁨.... 암튼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보기에는 작가가 너무 이기적으로 잘 쓴 글들이란 점이었다. 한참 읽다가 "뭐가 돼도 되겠어"라는 혼잣말을 한걸 보면 난 작가의 글을 본 게 아니고 작가의 무거운 엉덩이와 집념에 세뇌당한 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몇 년 사이 드라마로 유명한 작가가 동시에 떠오른다. 다음 차기작 드라마를 기대하게 하는 드라마 작가를 보듯, 정지아작가를 나는 그렇게 기대하면서 보게 된다.

겨우 겨우 하루를 살아가는 인간의 바닥 모습부터 끌어내오는 절절함이 마냥 세상 심각하게만 느껴지게 보는 작가가 아니라 더 좋았는지 모르겠다. 정지아 작품 속 인물들 누구 하나 자기의 인생경로를 숨기는 사람은 없고 다 까발려 보여주지만  우리가 손가락질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그 중간지점의 간절함과 인간애가 느껴지는 인물들의 시간들이 난 자꾸자꾸 머릿속에 그려져서 다시 책을 펼쳐 살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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