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우리시대의 소설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최은미 작가의 여기우리마주

꼬마대장 2021. 9. 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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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우리마주 최은미

작가가 COVID-19에 대한 시선을 어디에 두었는가를 보고 소설을 볼 때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공감하며 읽었고 나 스스로가 기록하지 못한 것들과 감정에 대한 정리의 결과물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나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음 붙일 곳 없는 낮에 대해서, 눈을 붙여도 잠들 수 없는 밤에 대해서, 남편과 노동을 나누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뺏긴 채로 '행복한 아이를 키워내는 다른 여자들'과 편하게 사는 다른 여자들'을 가위눌리듯 떠올리던 것에 대해서.
우리가 서로를 욕심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어떻게 다시 고립되어갔는지 , 그 외로웠던 봄에 대한 얘기를." -30P
주인공이 딸 은채를 위해 만들기 시작한 천연비누 제작이 취미에서 직업으로 확장되어 비누공방을 2020년 3월 봄에 맞춰 오픈할 때까지의 심정과 심리를 워킹맘이라면 너무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구절입니다. 남편에게 독립적이고 여자로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불안정해진 심리와 오픈의 행복과 기대감보다 커져가는 불안감과 공포는 글의 여기저기서 크고 작게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가 거주한다는 D 오피스텔이 어디인가. 그가 증상 발현 전에 들렀다는 K 편의점은 또 어디인가. 시청은 동선 공개를 이따위로 할 것인가?" -35P
일정한 시간에 보도되는 뉴스 기사거리로 받아들였던 이웃의 이야기와 새로운 경험, 놀라울만한 사건들, 새로운 소식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시작되면서부터 보도되는 이웃의 뉴스는 엄중한 사회 상황으로 인식되어 동선이라는 이름으로 노출되었고 더 이상 사생활은 없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커져갔고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자가격리로 개인의 일상은 멈추어지고 노출된 업체를 피하면서 업체와 개인은 심적 경제적 피해를 당하게 됩니다. 마녀사냥의 역사가 오버랩되면서 보도되는 개인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가 과연 무조건 질타받고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가, 우리가 사회 제약 안에서 머물러져 있는데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고 방역이란 이름으로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는 사회분위기는 아닐까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글의 플루를 살펴보면 코로나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보지 못한것을 작가는 과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려내주고 있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 가족이 가려왔던 문제점들이 증폭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주인공과 친한 언니 수미는 차량 기사로 늘 바쁘고 지인들과 주인공이 운영하는 비누공방 클래스를 듣는 평범한 이웃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단절되고 제한된 활동범위 안에서 한 가정의 엄마로서 여자로서 워킹맘으로서 다양하게 겪고 인내했던 내외적 갈등이 스트레스로 표출되어 나오고 직접적인 소재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가족의 불화와 가정폭력으로 짐작되는 현실에 반영된 문제점들을 대변해준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됩니다.
코로나 속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쓴 건 우리의 새 출발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작가가 의도하는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는 내가 살아가고 존재 할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희망입니다.
수미가 집으로 돌아와 팔베개를 하고 주인공과 대화를 주고받는 꿈의 내용입니다. 수미는 서하가 오래전에 내 아이였다고 말하고 , 주인공은 안다고 하며 오래전 우리의 아기였다고 합니다. 내가 마주한 누군가가 확진자인지 알 수 없고 누구를 탓할 수 없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 환경 속에서 일과 육아를 하는 여성인 우리가 갖고 있는 서로의 닮은 그림자를 마주하고 살아가는 슬픔이 베어져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는 보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던 것일 뿐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대물리지 않고 싶은 인과론적 결과물이기에 현재의 끝을 기대하고 바라보며 나와 우리가 함께 아이들을 지켜내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수필처럼 가벼운 시작이 소설로 전이되는 모티브로 코로나로 인한 불안이 불신이 되고 변화가 증폭되면서 겪게 되는 진짜 여성 이야기입니다. 입체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드러나면서 가장 가깝고 실제적인 여성의 이야기가 전개된 섬세한 글이었기에 인상적입니다. 작가가 우리의 지난 일상을 그리워하며 다시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를 써 준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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