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입니다.
역동적이고 복잡한 사건의 전개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나와 정체성을 찾는 내 안의 나가 나란히 이야기를 나누고 성찰하는 단출하지만 강력한 글입니다.
젊은 피를 닮은 주인공 나는 섬세하고 예민한 문학도의 모습이지만 아버지는 법을 공부하여 법학도가 되기를 바라는 집요한 요구를 합니다. 아버지는 변호사지만 무능력했고 사기를 당하는 사업가였고 그로 인한 고충은 모두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우리가 예상하는 고집스럽고 무능한 아버지상을 뒤집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집안의 몰락과 빈곤으로 인한 고통을 아버지의 탓으로 돌리며 원망하는 나의 모습도 특별할 게 없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주인공 나가 가족과 주변인들과 공존하는 가운데 느끼는 이야기를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몸이 기억하고 마음에 새겨지도록 기록하는 과정입니다.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처연해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토록 깊고 처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사물과 사건과 자신의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고 상징적인 부분을 찾을 때 인간은 표면적인 가치를 통과해 느껴지는 가치와 고독을 몸이 기억하도록 재구성하는가 봅니다. 나에게 재구성된 삶의 가치와 고독은 인생과 예술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돼지를 키우기 위해 산 밑의 집으로 이사 오고 돼지의 밥이 실린 수레를 끌어줄 말이 필요해 족보 있다는 말을 구입합니다. 하지만 수레를 끌지 못하고 다시 되팔리는 폐마를 봅니다. 나는 주변에 일어나는 일화들과 폐마를 연관시켜 연상되는 환상을 통해 내면이 더욱 성숙되고 아름다워집니다.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에 중요하게 계속되는 소재가 '별'과 '말'입니다. 많은 일상을 경험하면서 부드러워지고 그 부드러움 속에서 다시 강함을 표현하는 과정에 나는 별을 만나고 별들의 음악 소리를 듣습니다. 무능한 아버지,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비난만 할 수 없는 나의 처지는 고전적인 설정이지만 각자 빛나는 별의 모습을 통해 순화하고 폐마의 모습을 천마 폐가 수스로 승화시켜 스스로를 뛰어넘습니다.
법학도가 되기를 강조하는 아버지에게 문학도의 꿈을 꾸는 건 금지된 장난 같은 것일 수 있었습니다. 이건 아버지에 대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별을 올려다볼 수 있었고 자아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엉뚱하고 다소 억지스러운 돼지 사육과 말을 사 오는 일도 반항의 요소가 되는데 이 과정들은 결국 나가 자아를 찾는 성장의 계기가 됩니다. 모든 사람도 사물도 제자리에서 자신이 빛나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거꾸러질 수도 있고 어리석어 보일 수 있습니다.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별이었다.
우리는 영원히 서로 만날 수 없어서 어둠 속에 눈빛을 반짝이며 알 수 없는 소리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개도, 닭도, 토끼도, 돼지도 모두들 하나의 별이었다. 모든 생명은 하나의 별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별들은 견딜 수 없는 절대 고독에 시달려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별이었다.
- 본문 중에-
이 책은 반복적으로 다시 보기를 요구하는 책입니다. 다시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또 보이는 글이기에 반복이라 하지 않고 새로움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그 새로움은 한 편의 아름다운 시로 다가왔기에 함께 읽어 보기를 권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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