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시끄러워도 책 속에 들어가면 보호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따뜻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책들을 찾아 읽으며 안정을 느끼거나 행복감을 갖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은 픽션이 아닌 논픽션이었으면 하는 글들이 있는데 나한테 이어달리기가 딱 그랬다. 나는 공감하고 함께 나누는 삷을 살아보고 싶은 희망을 저 깊은데 갖고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성희는 살아있는 동안에 감사하고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미리 인사를 하고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거 같다. 죽음을 앞두고 정신이 혼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전에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행복한 장례를 준비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에 어떤 이는 우리가 모르는 다른 사연이 있는 게 아니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이런 이벤트 같은 내용은 책을 쓰기 위한 억지가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현실이 더 억지스러울 때가 많은걸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지만 조우리 작가와 같은 생각을 해오곤 했다. 살아 있을 때 친구와 가족과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고 선물하고 공감하며 행복하게 살다가 내 장례식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하길 바란다. '그때 00가 있어서 진짜 재미있었잖아' '우리 엄마랑 ** 액세서리를 함께 사러 갔었는데 너무 좋아하셔서 내가 더 뿌듯했다고' '우리는 00랑 후회 없이 우정을 만들며 살아왔으니 건배!..라고... 즐겁게 음식을 나누며 좋았던 얘기를 나누고 오랫동안 못 봤던 지인들과 서로서로 안부를 물으며 밤새 이야기를 많이 나눠 주기를 바란다.
조우리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해 보는데 쉽게 술술읽힌다. 작가에 대해 읽어 보니 퀴어, 레즈비언, 노동자 등 소수자들을 이야기하는 작가라고 알려졌는데 복잡한 가슴을 갖고 있는 사람은 글 색도 복잡하거나 가끔은 삐뚤어져 그런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려 말이 길어지는데 책 속의 주인공이 맑고 센스가 좋은 걸 보면 작가가 꽤 괜챤은 사람이겠구나 생각해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랑을 넘어선 태도가 센스이다. 책을 아주 쉽게 쓴 듯 보이지만 인물 설정과 아이디어 및 내용은 가볍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여내어 모나지 않다. 주제도 참신하고 스토리 흐름과 성희와 조카들 사이에 주고받는 공감이 센스 있다고 느꼈다.
주인공 성희는 레즈비언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배우자도 자식도 없었지만 현실에서 다양한 이유로 인연을 갖게된 7명의 조카들과 진정으로 사랑했고 공감했고 소통했기에 살아있을 때 만나는 장례식을 준비할 용기를 가졌을 거라 생각한다. 7명의 조카와 7개의 에피소드 그리고 살아서 함께하는 장례식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빛났고 미션으로 남아있을 사람들과 끝까지 소통하는 모습은 근사한 축복처럼 느껴져 부럽기까지 했다. 7명의 조카들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멋진 이벤트로 조카들을 부러워할 수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함께 공감하고 서로를 돌보았기에 가능했던 인연들이다. 성인인 이모가 아이들을 돌보아 왔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일 수 있다. 아이들 때문에 어른 성희의 삶은 빛났고 위안을 받는 시간이 많았을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멋진 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도 어릴적 멋진 사람이 꿈이었다. 내 멋진 사람의 정의는 탁월한 미모, 영리한 머리,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과 행복한 가정, 그리고 늘 건강하고 행복한 미소를 가진 완벽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어달리기는 당연하고 특별할 것 없이 상상과 달라서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을 이야기하며 가장 특별한 사람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에, 당신은 놀란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이렇게 커다랗게 분명하게 '엘리제'인데~~~ 당신이 몇 번이나 지나치면서도 알아채지 못했던, 특별할 것 없이 전형적인 규격의 모습을 하고 있는 철무의 둥근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잡아 돌려본다. - 엘리제를 위하여 17p
그래, 거기가 엘리제다. 그리고 분명히 해야 할 것, 엘리제는 숨지 않았다. 거기에 있었고, 계속 거기에 있다. 엘리제의 방식으로 . 엘리제로 - 엘리제를 위하여 17~18p
작가가 이야기하는 엘리제가 성소수자들을 의미하는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멋진 어른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받아들였다. 우린 살아가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정체성을 갖고 그 자리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특별할 것 없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음만으로도 우린 멋진 어른이다. 우리는 이어달리기처럼 바톤을 넘겨받으며 세상을 살아내는 특별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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