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이 도움이 안 되는 책이 있을까 싶지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이 읽으면 더 공감하고 작가 소개에도 언급된 위로의 책이 되지 않을까?
사서 엘름부인이 노라에게 제안했던 것처럼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해 보겠니?"라고 나 자신과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다른 선택의 기회를 준다면 좀 더 다양하게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지금은 불안과 두려움을 넘어 공포라는 수식어가 넘쳐나는 시대로 수많은 위기와 위험에 노출되어 늘 힘겹게 살아간다. 어디에도 나의 힘이 되어주고 도와줄 사람은 없어 보인다. 열심히 노력한 내 삶의 결과에 대해서도 아무런 보장도 답도 없고 심지어 내 인생을 다른 사람의 처분에 맡겨야 할 때도 있다. 노라의 감정도 비슷했음을 알 수 있다. 고통이라고는 전혀 없이, 미동도 하지 않는 죽은 사랑하는 고양이 볼테르의 평화로운 표정을 보면서 어두운 마음 한구석에서 슬픔과 함께 질투를 느꼈고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음을 보고 미루어 짐작해본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아는 수준의 세상이 다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내 생각을 초월하고, 내 기대를 초월하고, 내 방법과 상식을 초월하여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해도 안되고 알지도 못하고 모든 경험을 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라에게 죽음을 결정하고 주어진 살아보지 않은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기회는, 기회가 있다면 선택의 결과가 후회스러운 일들을 분명하게 바로 잡을 수 있을 듯한 매력적인 기회이기에 우리는 더 몰입하고 책을 넘길 수 있었던 거 같다.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문제와 환경에 갇힐 때도 많다. 하지만 노라가 깨달은것과 같이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다는 것이다. 내가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아서, 또는 그때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해서... 선택의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한 결과가 불행의 결말을 가져왔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우리 스스로의 인생에 장애물을 만들고 무거운 짐을 지게 되는 모습이다. 소설 속 노라는 깨닫는다. 그런 장애물과 무거운 짐은 '단순한 삶의 부산물'이라고 말이다.
인생의 고난은 계산된 인생의 부산물이다.
최악의 상황에 처해도 실망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자책하며 질문하지 말자.
예전 영화 '죽은시인의 사회'에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일률적인 보행이 아니라 각자 나름의 걸음걸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가치와 독립성. 자율성을 강조하는 장면이 있다. 키팅은 자신의 것을 믿고 나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이 독특하다 해도 믿고 남들이 이상하고 형편없다 생각해도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믿으라고 말한다. 여러 해석을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자신의 운명에 대해 책임을 지는 그리고 그것을 완성하면서 느낌의 희열을 강조했다고 생각한다. 사서 엘름 부인이 노라에게 알려주고 싶어 했던 부분도 이와 같을 거란 생각을 해보다.
마지막으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도 나오고 '죽은시인의 사회'에도 인용되었던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1963)의 시 "가지 않은 길"로 글을 마무리한다.
"가지 않은 길" _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고,
나는 한 사람의 나그네라 두 길을
갈 수 없음에 아쉬워하며, 오랫동안 나는 서서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굽어지는 곳까지
최대한 멀리까지 그 길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그러다 꼭 마찬가지로 좋은, 다른 길을 택했는데.
그 길이 풀이 무성하고 덜 밟힌 듯해서
어쩌면 더 나은 자격이 있는 것 같아 그랬지만.
밟힌 것으로 말하자면,거기로 지나가며
두 길을 사실 거의 같이 닳게 했던 것이고,
또 두 길은 그날 아침에는 똑같이
누구도 검게 밟지 않은 나뭇잎 속에 놓여 있었다.
오, 나는 첫번째 길은 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었다!
하지만 길은 다른 길로 계속 이어지는 것을 알기에
내가 돌아올 수나 있는 것인지 나는 의심했다.
지금부터 길고 긴 세월이 지나 어디선가
나는 이것을 한숨지으며 이야기하고 있으리라
숲 속에 두 길이 갈려졌고, 그리고 나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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