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마인드맵을 그리며 읽기를 하는 꼬마수다에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만큼 당황스러운 책은 없었다. 나의 당황스러움에 sns 팔로워 친구는 책이 친절하지 않아서라며 격려하기도 했다. 책 구매 후 단숨에 읽어 내지 못하는 환경으로 짬나는 대로 읽다 보니 더욱 혼동스러웠던 건 다시 읽어 마무리 짓고 보니 당연한 거였다.

많은 리뷰가들이 강조하는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함에 지지 말고 완독 해야만 이 책의 진가를 발견할 것이다. 문장도 길고 시점이 쳅터마다 바뀌었다. 한 사람의 전기를 따라가다 보니 행적에 대한 묘사를 이해하기도 바쁘고 저자 '룰루 밀러'가 자신에게 닥친 혼돈 과방 황을 이겨내기 위해 고민하고 깨달으며 찾아내는 반전에 대한 충격과 성찰까지 함께 누리려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구성을 쉬지 않고 이해해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룰루 밀러'가 자신이 가진 혼돈의 해답을 찾기 위해 평소 동경하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자서전을 탐독하기 시작한다. 생물학자로서 명성을 떨치던 데이비드에게 1907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어류 표본이 든 수백 개의 유리병들을 파손시키지만 실망하지 않고 물고기 하나하나를 집어 들고 비늘에 물고기의 이름표를 꿰매며 큰 시련과 좌절에서 자신만의 집중력으로 위기를 이겨내는 모습에서 방황하고 고뇌하던 룰루 밀러는 영감을 받고 그의 행적을 짚어 보며 해답을 찾고자 전기를 찾고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어지는 한 어류학자에 대한 존경과 저자가 느끼는 깨우침은 지루할 만큼 길게 쓰이는데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족하듯이 책을 놓겠구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계속될 것만 같던 동경의 모습에서 데이비드의 삶에 부도덕하고 고집스럽고 악랄하기까지 한 사고방식이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던 사건까지 되짚으며 데이비드의 잘못된 사고를 고발하고 오류의 흔적을 찾아 수정하려는 노력을 통해 저자 자신이 성장하고 세상 모든 존재가 모델처럼 완벽하게 같지 않으며 개별적으로 특징을 갖고 소중하다는 걸 알리고 있다.
처음 주제가 과학 소재였기에 과학 책인가 싶지만 실제 완독을 하고 보면 자기 성찰 에세이임을 알 수 있다. 전기속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인생의 경로가 바뀌는 여러 번의 사건 사고들에 좌절하지 않고 다른 대안들을 찾아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긍정적이고 존경스럽기까지 했으나 그의 잘못된 고집과 신념이 결국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자연의 순리를 깨는 행동이었음에 읽는 우리는 분노했고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5.18 광주를 떠올리거나 최근에 매체에 거론되고 있는 이단 종교단체의 영향력을 떠올리게 했다. 보이지 않은 것에 매달려 인간이 질서를 만들고 적시하고 사람들에게 주입하는 건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신의 영역이고 자연의 섭리이다. 물질적인 기준이 아니라 생명을 기준으로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 사람의 그릇된 신념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진 제목임에 더욱 놀랬다. 엄청난 이야기의 틀을 깬다는것이 쉽지 않은데 작가의 독창성과 하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자세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리는데 부족함이 없는 도서였다. 참고로 독특한 삽화는 사고를 확장시켜줄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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