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두렵지만 신비한의 나라로 알려진 나라, 인도를 배경으로 합니다.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처음이라 주인공 자이가 대화나 상황으로 묘사하여 보여주는 인도 빈민가의 삶의 모습이 낯설고 맘이 편치 않아 변역 책의 불편함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의 흐름에 매료되어 정신없이 빠져 든 책입니다.
인도 빈민가에서 하나 둘 사라져가는 아이들이 생겨납니다. 쓰레기장과 주변 신도시의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스모그가 가득하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인도의 빈민가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같은 반 친구들이 연달아 사라지고 주변 동네의 아이들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경찰에게 실종신고를 해도 힘없는 빈민가 사람들의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방관합니다. 방관하는 경찰들과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쁘고 힘없는 어른들을 대신에 주인공 자이는 평소 즐겨보는 탐정수사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자신이 직접 탐정이 되어 친구들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보고 배운 추리력과 단짝 친구들과의 협업으로 '보라선 정령 순찰대'를 만들고 아홉 살 순수한 소년의 시선으로 보는 인도 사회에 문제를 보여주는데 단편적이지만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직선적인 시선과 위트 있는 대사들이 무거운 주제임에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또한 힘든 현실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커가는 아이들을 보여주고 있는 성장소설적인 면도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입니다.
보기에는 아이들이 친구들을 찾는 탐정소설 구조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빈민가의 평화를 파괴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유괴범이란 옷을 입은 인도 사회에 숨은 부패한 어른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와 성차별, 부정부패, 종교문제 등 인도 전반에 다양한 사회문제를 순수한 아홉 살 어린아이의 눈으로 고발하고 있어 긴장감이 색다릅니다. 실종된 아이들에 관해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소설 전반에 계속 거론되고 있는 스모그처럼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고 흐릿하여 보이지 않습니다. 생활 구석까지 몰래 스며들어 지켜보는 긴장감과 두려움을 이르키는 요소들을 스모그가 대변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조이를 통해 무거운 주제를 마냥 어둡지 않게 위트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빈민가를 벗어나기 위해 공부하여 공무원이 되겠다는 파리나 전국대회에 달리기 선수로 나가서 우승하고 상금도 타고 대학도 가겠다고 열심히 하는 조이의 누나 루누의 모습에 반해서 자이는 성장, 공부, 진로 등에 대한 관심이 없는 철없는 어린아이입니다. 다음날까지 외워가야 하는 국어 교과서에 시의 정말 안 좋은 점은 질문만 하고 대답은 하지 않는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아빠가 인물 쿼터에게 한말이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지고 암탉들이 쪼아 먹고 염소들이 씹어 먹게 생겼다고 표현하는 등등.... 진지하고 무거운 전개가 아닌 아이의 시선에서 반짝이는 대사들과 사고로 뻔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 고발 형태의 소설이 될 수 있었던 부분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고발의 형태를 바꾸어 아이들이 사라지고 난뒤 아이들이 사라지기 전 아이들이 겪었고 가졌을 생각에 인도 사회의 문제를 조심스럽게 대신해서 이야기합니다. 조이의 반 친구 바흐두라는 엄마에게는 한없이 착한 아들로 기억되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학대가 있었고 가난하고 무능력한 부모 밑에서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계층에 대한 좌절감이 있었습니다. 사라진 카디파는 아들을 중시하는 인도 사회에서 아들에게만 호의적인 가정에서 동생을 돌보느라 많은 것을 참고 어린 나이에 결혼도 해야 하는 인도 사회의 비인격적인 혼인문화를 이야기합니다. 종교문제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경찰들이 마음대로 사람들을 잡아가고 가두고 비인격적으로 구타하고 감금하는 종교문제 모습도 보이고 안찰의 실종과 관련해서 여성을 함부로 대하고 성으로 인식하는 인도 성문화를 언급하며 연애하는 젊은 여성을 창녀로 표현하고 터부시 하는 성문화를 비판합니다. 마지막에 사라진 행복해 보이는 가정의 조이의 누나 루누도 말합니다. 세상이 사내아이에게 허용하는 자신감이 여자라는 이유로 가질 수 없고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는 아이에게는 성격적 결함이나 부모가 잘못 키운 거라 오명을 씌우는 사회, 여자라는 이유로 외모로 비교당하고 능력이 뛰어나도 앞에 나서지 못하고 공부할 수 없는 차별되는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아이들의 독백 속에 너무도 매끄럽고 절실하게 작가가 느끼고 호소하며 고발하고 싶었던 인도의 어린이들이 겪는 문제를 조목조목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읽는 사람의 가슴도 같이 미어집니다. 오랜 전통과 문화라는 인격화된 인도의 바르지 못한 문화가 질서라는 이름으로 힘없는 다음 세대 아이들을 목 죄어 오고 함부로 하는 건 아닌지 살펴보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매일 180명의 아이들이 인도에서 실종되거나 사라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신매매, 실종, 장기매매... 가장 약자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겪을 고난과 절망감 그리고 두려움은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두려움을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안도하고 믿고 의지하기 위해 정령이라는 존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토테미즘 신앙처럼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가 가진 종교와 그들이 만들어낸 가상의 정령에게라도 희망을 걸고 의존하며 상황을 역전시키고 싶어 하고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자 의지를 갖는 모습이 마냥 안쓰럽습니다.
정리하며 최근에 강원도와 동해안쪽에 산불피해가 심각했습니다.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인력의 부족함도 있었고 갑자기 불어닥치는 자연 강풍도 원망스럽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메마름, 오랜 건조함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떠나지 않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어른들의 이기심은 커져만가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너무도 메마르고 건조해지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 연결지어 봅니다. 차별, 부정부패, 종교문제, 빈부의 격차 등 인도의 다양한 역사적 사회문제가 배경이되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표지에 그려진 여자 일러스트는 사라진 조이의 누나의 모습이 그려졌다고 합니다. 책을 마무리하며 인상적이고 기억되는 내용들과 함께 희망과 꿈을갖고 열심히 앞을향해 뛰었던 루누의 질끈 묶은 머리모양이 꽤 오래 기억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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