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수다 책장

김초엽 장편 소설 지구 끝의 온실

꼬마대장 2022. 4. 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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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장편 소설 지구 끝의 온실

SF 소설을 처음으로 접하게 해 준 김 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거창할 것만 같은 SF소설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인간의 본질과 사랑, 지구에서의 공존법, 다양한 각도에서 세상을 살펴볼 수 있는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됩니다.
글에 배경은 21세기 중반 미세먼지와 같은 형태의 더스트가 공기중에 부유하며 인간의 폐에 침투하여 인류가 멸망하고 폐허가 된다는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가상의 설정이지만 최근 코로나 펜데믹과 유사한 경험을 [지구 끝의 온실]에서 만나게 됩니다. 더스트라는 가상 물질이 지구를 덮고 지구종말과 같은 상황에서 더스트를 피하기 위해 권력자들은 돔을 만들고 돔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싸우는 설정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연결해주며 등장하는 나오미와 아마라 자매의 다 하지 못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합니다.
[지구 끝의 온실] 중심에는 지구가 재건된 후 더스트 생태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 아영이 있습니다. 해월지역에 급속도로 성장하며 번지고 있다는 '모스바나'라는 덩굴 식물 조사를 의뢰 받으면서 자연적이지 않고 인위적으로 식물이 조작되어 퍼질 수 있다는 가설에 관심을 갖고 빠른 속도로 번식하며 지역을 잠식하는 식물의 근원을 밝히는 연구를 시작하면서입니다. '모스바나'의 기원과 생물학적 배경을 찾다가 나오미와 아마라 자매로부터 '프림 빌리지'라는 마을의 이야기도 듣고, 마을을 만들어 생존자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했다는 레이첼과 희수의 관계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모스바나'의 비밀을 풀어줄 배경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작가는 배경이 되는 식물에 과학적인 설명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상의 세계에서 생존하는 식물을 매개체로 연결한 단단한 인물 설정과 인물들 간의 우정, 관계 그리고 다양한 종들과의 사랑과 인간과 기계의 공존까지 이야기하고 있어 섬세한 관계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과학적 지식을 전달해줄 수 있는 작가의 역량으로 식물의 생태에 관해 학문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이해에 도움을 줍니다. 지식 전달로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법도 한데 작가의 상상의 세계는 단순하지 않아서 점점 몰입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모스바나'라는 식물 자체의 비밀스러운 기원에 대한 궁금증이었다면 후반부에 가면 인물들의 감정 갈등으로 가슴을 울리는 부분에서 작가의 집필의 의도를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작가는 평온한 환경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발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 속에서도 지구에서의 공존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알 수 없었던 숨겨진 속 이야기를 전달해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오미와 아마라 자매가 살기 위해 도피하는 과정에서 배신당하고 외면 당하는 가장 힘든 환경의 끝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만나는 숨 막히는 순간에도 공감하고 협력하여 끝까지 같이 살아내는 공동체를 지지하고 선택했던 그녀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내성 종이 아니었고 권력이 없었기에 가려졌던 평범한 인물들이지만 평온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했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이보그 레이첼과 희수와의 사랑에서는 영화에서도 많이 언급된 AI나 사이보그가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부분에서 그들의 특별한 우정보다 깊은 사랑은 로맨스 소설보다 더 찐한 뭉클함까지 느껴집니다. 불타는 잿더미에 레이첼을 떠나보냈다고 생각하고 오열하고 오랜 세월 동안 잊지 못하는 희수의 모습은 SF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들의 공통점에서 인물들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에서 인물의 이름이나 관계가 중성적이다라는 이미지를 받았는데 많은 분들은 성평등을 기본으로 여성이 주도하는 인물구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구 끝의 온실] 역시 '모스바나'를 연구를 주도하는 인물도 여성이고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던 나오미와 아마라도 여성이었고 '프림 빌리지'를 처음 개척했던 인물들도 여성들이었습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여성이라는 성에 제한을 두었다고 생각하고 읽다 보면 작가의 글이 같은 색깔의 글처럼 느껴지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김초엽 작가가 지향하는 인류애입니다. 공존, 그리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조언입니다. 영웅적인 모습이 아닌 가장 평범한 공존과 겸손한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돋보이지 않고 조용히 세상을 이끌어가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 세운 건 아닐까 생각하며 나처럼 글의 인물들을 여성이 아닌 중성 인물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글을 읽은 사람들도 생기는 건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등장인물을 활용하여 이야기의 범주를 넓히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글을 쓴 김초엽 작가의 힘입니다.
주말 오후 몰입할 수 밖에 없는 도서의 선택이 즐거웠습니다. 단편에서 중편으로, 중편에서 장편으로 이어지는 김초엽 작가의 세계가 더 궁금해지고 기대되고 다양한 주제를 던져주는 글의 매력에 푹 빠진 오후가 감사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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