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에 띄는 형광핑크의 책 표지가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매력적이어서 선정해 두었던 책을 뒤로하고 집어왔던 책입니다. 몇몇 좋아하는 작가들의 반짝거리는 작은 소설들이 모여있네요. 특히나 젊은 작가들의 창의적인 발상을 나는 존경합니다.
작가들은 내부의 시선으로 생각하거나 순간 포착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담아 두었다가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격변의 시대상도 없고 골이 깊은 갈등도 없지만 가장 진지하고 현실적인 사랑이야기입니다. 서툴지만 사랑에 대한 비장함도 보이고 유쾌함도 있어서 읽고나서 재미난 경험을 했네라고 말하게 되네요.
8편의 소설은 읽는내내 읽는 나, 쓴 작가, 그리고 주인공이 삼위일체가 되어 공존하면서 파노라마와 같이 읽혀 지나갑니다. 무엇보다 내가 한 번쯤 경험했거나 생각했던 주제들의 내용들을 한 번에 떠올리게 하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구성에 신기해하며 맘껏 자신의 생각들을 표현한 작가분들에 대한 부러움이 가득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소설을 모두 소개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총평과 생각, 그리고 인상 깊어서 새롭게 호감이 생긴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머리말에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라는 제목이 나옵니다. 책을 마치고 나면 머리말 제목의 의미가 한층 와 닿았습니다. 평소 사랑은 형태도, 성질도, 관계도 다양해서 정답은 없지만 가장 평범한 사랑을 하며 살기를 기도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인 나는 그 머리말 제목에 크게 의미를 두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단어에서 인생의 코멘트를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살다 보면 사랑을 통해 인생의 코멘트를 얻기 위해서는 기쁨도 있지만 상처도 생기기에 조심하는 마음으로 다가가게 되고 정신 못 차리게 사랑이 훅 들어오는 순간 우린 이미 목적 따위는 잊고 맙니다.

8편의 소설마다 그들만의 공간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첫사랑, 폭설처럼 부모와의 관계를 배경으로 한 공간에서의 사랑을 솔직하게 다루기도 하고 최민석 작가처럼 자신이 만든 별난 공간에 들어왔다 나가는 사랑을 다루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웨딩드레스 44는 개인적으로 자주 상상했던 테마를 무심한 듯 세심하게 써주어서 몰입해서 읽었답니다. 하나의 소재를 갖고 폭발하는 상상력을 주워 담아 쓰기 바빴을 작가의 모습도 그려집니다.
이지민 작가와 홍희정 작가의 작품은 일상속에서 그려낸 보석 같은 반짝임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기에 내 마음이 내 맘대로 안 되는 상황의 사랑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며 쉽게 읽었지만 실제 분석해보면 인간의 심리까지 파헤쳐도 속 시원하게 이해할 수 없는 아주 비정상적인 사랑이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불안감을 갖게 하는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황정은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데요 이번에 소개된 대니 드비토 또한 황정은 작가의 상상력이 한껏 표현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 역시 무채색같은 느낌의 덤덤한 문체입니다. 그런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멘트가 끌리고 작은 표현들이 놓치기 아쉬워 되뇌며 새겨봅니다. 사실 황정은 작가의 소설은 그림처럼 그려지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풍경화도 아니고 인물화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피카소의 추상화 같은 느낌도 아닌데 윤곽은 흐릿하지만 잔잔한 매력과 슬픔이 전체 묻어나서 마음이 동해집니다. 특히나 이번 소설이 더 가깝게 느껴진 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나이에 내 관점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몇 해 전 부모님을 모시고 세 가족이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이 여행을 다니시는 내내 서로를 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요 가장 인상적인 건 부모님이 서로 손을 꼭 잡고 다니시던 기억과 화장실을 가더라도 꼭 함께 동행하셨던 모습입니다. 별거 아닐 수 있지요, 하지만 가이드도 놀라고 같은 팀에 있던 다른 일행들도 놀랍니다. 가족들은 두 분이 서로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으니 당연한 모습이었지만 내심 사랑의 방식과 사랑의 깊이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는 강하고 용감합니다. 하지만 불안하고 극한 상황일 때 나는 자연스럽게 배우자를 찾고 있었고 의지하던 내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황정은 작가의 작품이 한층 무르익은 내 결혼생활에 화두를 던지고 갑니다. 또 스스로에게 말하기 뭐한 다짐도 해보게 됩니다.
젊은 작가분들이 갖는 순수함과 그들만의 일상이 짙게 묻어난 시간들이 보이는 소설이었습니다. 맹목적일 수도 있을 사랑을 젊은 계산법으로 계산을 하는 모습도 있고 요란하지 않게 가슴 깊은 곳에 선을 긋는 소설들입니다. 고전 사랑이 우연이 반복되면서 결정되는 운명이었다면 이번 소설의 사랑은 맹목적인듯하지만 주관이 뚜렷한 따뜻하고 생동감 느껴지는 소설이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꼬마수다 책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 디파 아나파라 장편소설 (0) | 2022.03.27 |
---|---|
GRIT- IQ,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그릿 (0) | 2022.03.20 |
박현숙 장편소설 구미호식당 (0) | 2022.02.02 |
천선란 장편소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0) | 2021.12.26 |
고양이인 척 호랑이는 어른이를 위한 동화 (0) | 2021.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