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수다 책장

고양이인 척 호랑이는 어른이를 위한 동화

꼬마대장 2021. 12. 13. 20:42
반응형
겉모습도, 취향도 다르지만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어!


휴~ 몇 번을 읽고서야 책의 제목을 정확히 기억해 냈습니다. 고양이인 척 호랑이!
깊은 산 외딴 숲 속에 살고 계시는 눈이 안 좋은 할머니가 고양이인 줄 알고 데려 와 키우는 호랑이는 사랑하는 할머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고양이인 척하며 살고, 우연히 사진 속 자신과 닮은 호랑이를 아빠라고 생각해 호랑이 인척 하는 고양이가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고양이인 척 살아야 하는 호랑이, 자기가 호랑이인 줄 아는 고양이!
겉모습도 취향도 다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호랑이와 고양이의 아름답고 아주 특별한 우정과 성장 스토리입니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깐부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깐부란 국어사전적 의미로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놀이를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로, 딱지나 구슬 등도 공동 관리하는 함 팀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생김새도 성격도 전혀 다른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요즘 어른이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전개가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어른이 동화가 오랜만이라 작가를 찾아보니 버드폴드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한국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딱 외국물 드신 분처럼 느껴지는데... 흠.... 하긴 호랑이, 할머니, 콩나무 등의 소재가 등장할 때 왠지 낯설지 않고 토속적인 느낌이 살짝 풍기긴 했는데요 이건 개인적으로 쓸데없이 촉이 좋은 부분입니다.
책은 아주 쉽게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글밥도 적고 그림도 예쁘고 등장 인물도 많지 않아서 살피고 살피고 궁금하면 다시 페이지를 돌려 다시 볼만큼 여유 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해 봅니다.

첫 번째,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해 주고 우정을 키우는 고양이와 호랑이의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7세가 되면 평생 가질 인성의 대부분이 형성되고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정체성이란 게 다시 자리 잡는다고 합니다.

“정체성이란 용어는 자신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Erikson, 1956, p. 57).

사회 학교 어디서든 자신과 다른 존재나 조금 특별한 색깔을 가진 대상에 대해 호기심도 갖지만 경계하고 배척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돌아보는 정체성이 형성되도록 자란다면 우리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 존경하는 관계가 될 수 있겠습니다. 마음 따뜻한 호랑이는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바른 인성과 정체성을 갖고 필요에 의한 절제를 경험했던 친구였기에 고양이의 고심을 이해하고 깊은 마음을 읽어 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두 번째, 스팸이니 가짜가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서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나 호랑이인 척하는 고양이는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속임수와 가짜로 인해 진짜가 손해를 보고 상처를 받는 일들이 너무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힘든 상황에 놓일 때 서로를 비난하지 않고 저버리지 않은 고양이와 호랑이의 이야기는 어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인식을 깨는 우정이고 가짜에 대한 인식이나 따라 하는 모습에 대한 편견도 바꿔줍니다. 이 부분은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세 번째, 스스로 작아져서 빨간 콩으로 변해 숨어버리는 고양이에 대한 이해입니다. 상대방에 따라 원하는 모습으로 바꿔가며 "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스스로 빨강 콩으로 변해버린 고양이의 모습은 스스로 작아졌기에 퇴보나 경쟁에서 뒤 떨어진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야기의 개선을 위한 변신이란 거에 참신함을 느낍니다. 이야기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콩으로 변해 숨어버리는 고양이의 이기적이고 무능한 모습은 타인을 위한 배련의 전 단계라고 보입니다. 어리광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지만 혼자 배척되지 않게 되고 타인과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존재였음에 초점을 두고 콩에서 고양이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의 결론이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이고 따뜻하고 뭉클했답니다.

마지막으로 짧지만 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이란 걸 조금 해 끄적여 보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예쁘고 귀여우면서 털털해 보이는 그림과 글입니다. 삽화가 많은 듯 적당하고 그림에 색채 톤이 표지의 강렬함과 어울리지만 절대 과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고 혼자서 읽으면 더 감동이 더해지는 도서였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