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처음에 우리 집에 몽이가 들어오던 날 기억나니?
첫 번째 주인이 강 아지를 3마리나 키우고 있던 중에 펫 샵에 구경 갔다가 너무 예쁜 시츄를 발견하고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이 3마리나 있음에도 집으로 데려왔다고 했잖아, 그런데 집은 좁고 과포화 상태의 강아지가 버거워진 주인은 강아지를 좋아할 만한 사람들에게 분양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고 최근에 들어와 정이 덜든 몽이를 보냈지. 그런데 분양받은 집에서는 식구들 모두가 강아지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보니 아빠는 현관에서 키우라 하고 아이들은 집안에서 키우자 하고 그러다 티격태격 식구들끼리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아빠는 화가 나면 강아지를 발로 차기도 했다고 했어. 뒤늦게 그 소식을 들은 원래 주인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몽이를 다시 데려와 다른 집에도 보내봤는데 똥꼬 발랄한 어린 시츄는 말썽만 피우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눈치를 보고 적응을 못하고 사랑도 받지 못하고 있더래.
사실 우리집은 강아지를 키울 계획이 없었단다. 엄마는 강아지에게 물렸던 기억이 있어서 극도로 무서워하던 때라 키워보겠냐는 지인의 제안에 정말 고민이 많았었어. 그래도 강아지를 좋아하는 네게 기쁨을 주고 싶은 부모 마음에 큰 맘을 먹고 데려오던 첫날! 엄마랑 아빠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아기 강아지 치고는 덩치가 큰데 주눅이 들어서 거실 벽에 기대어 눈치를 보며 살살 걸어 들어오는 몽이의 눈은 이미 경계의 눈빛이 한가득이었단다. 곁눈질을 하고 다리는 오그라들어 고개는 반쯤 숙인 채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겁먹은 아이와 같더구나. 한 달이 지날 때까지 작은 하울링이나 짖음도 없어서 벙어리 강아지인가 보다 했는데 어느 날 소리 낸 첫울음이 목이 반쯤 잠긴 목소리로 '오오~오오~'. 강아지는 멍멍하고 짖는 게 정상인데 몽이는 아주 작게 괴상한 소리를 내더라고. 이상하다 하며 가족들이 의아해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니 몽이는 그때까지 우리 식구들이 많이 무섭고 적응을 못했던 거 같아.
엄마가 몽이 이야기를 왜 하는가 하면 최근에 책을 한권 대여해서 읽었는데 몽이를 키우면서 궁금해하고 느꼈던 감정들이 정리가 되면서 이젠 가족이 된 몽이와 연관된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야. 마냥 해맑기만 하고 어려서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크면 너도 한 번쯤은 생각할 때가 있을 거고 그때 엄마의 이야기가 생각나면 이 책을 찾아보렴.
최근에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 전체 1700만 가구 중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1천만 가구를 넘어섰고 어느때보다 동물은 우리 삶에서 중요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해. 너도 알고 있고 자주 보겠지만 최근에 유튜브나 포털사이트에서도 애견/애묘인들에 관련된 방송이나 기사가 많이 보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관심이 높아졌는지 알 수 있지. 하지만 한편에서는 기르던 강아지나 고양이를 유기하고, 장난감처럼 삼아 학대하고 포획하여 몹쓸 짓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도 많이 보이고 있어.
아주 오랜 옛날부터 동물은 인간의 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였고 늘 함께 했어. 네가 기본적인 역사서를 읽었다면 원시시대부터 동물이 인간에게 끼친 영향과 필요성에 대해 알고 있을꺼라 생각해. 그런 동물은 인간에겐 수단과 물질과 재산에 불과했고 인간의 삷에 집중하다 보니 동물의 삶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지. 동물은 밥을 주어 키우거나 사냥거리로 생각했기에 동물이 어떤 감정을 갖고 어떤 교감을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단다. 당장 엄마가 몽이를 집에 데려올 때도 너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선물과 같은 물건으로 생각했지 감정을 갖고 있는 생명체로 깊게 생각하지 못했고 앞으로 몽이와의 교감을 통한 삶의 질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
그런데 아들~ 몽이를 키우면서 느끼는건데 동물도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갖고 우리 가족과 감정 교류를 하고 있는 강아지 몽이를 보게 되었단다. 네가 귀가하면 제일 좋아서 먼저 뛰어 나가서 양말을 물고 네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며 꼬리를 치는 즐거움을 알고 있지. 네가 엄마에게 혼나거나 식구들 언성이 높아지면 조용히 눈치를 보기도 하고 최근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사람에게 가서 달래듯 앞발을 내밀어 말리는 시늉을 하며 바라보곤 하잖니. 그런 점에서 엄마는 생각해 봤어. 우리 몽이처럼 다른 동물들도 모두 감정을 갖고 있겠고 교감도 하겠고 때로는 기쁨 슬픔 고통을 느끼겠구나 하고 말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번에 읽은 책에서 엄마가 몽이에 대해 느꼈던 동물의 감정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피터싱어, 엘리자베스 드 퐁트네, 보리스 시륄닉이란 이름도 어려운 유명한 학자들과 카린 루 마티뇽이란 분이 인터뷰식으로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 네 분 모두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보호를 옹호하는데 각각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동물 사랑과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네. 동물 사랑은 알겠는데 동물의 권리는 잘 이해가 되지 않지? 엄마도 그랬거든, 그래서 차근차근 읽어 보았더니 이해가 갔고 네게도 쉽게 짧게라도 이야기해주고 싶은 부분이 생겼단다.
우선 첫번재 유명한 학자 피터 싱어란 분의 인터뷰야,
피터 싱어는 동물을 옹호하는 입장이고 동물 해방론에 철학적인 입장을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란다.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은 쾌락을 알고 고통을 느끼는 존재에게서 착취와 고통을 주는 행동을 멈추자는 거야. 예전에 뉴스에서 목만 내밀고 사료를 먹는 닭이 수천 마리 보이는 화면을 보고 닭들은 잘 때 어떻게 자냐고 물어봤지. 그 닭들은 하루 종일 불 켜진 닭장에서 사료를 먹게 하고 알을 낳도록 설계된 닭장에서 서서 잠을 잔단다. 움직일 공간도 없이 그렇게 알만 낳다가 죽임을 당한다는 말을 네게는 해주지 못했어, 그리고 돼지들이 식용으로 사육되어 도축장에 끌려갈 때 가기 싫어서 버팅기고 몸부림을 치면 사람들은 채찍으로 때려 한쪽으로 몰아서 차에 태우기도 한다는 얘기도 못해 주었단다. 피터 싱어는 이런 동물들이 학대받고 고통받는 것에 대해 사람과 같은 통증과 감정을 느낀다고 말하고 채찍질하고 닭장에 가두어 두는 행위보다 그 행동으로 동물들이 받았을 고통과 감정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그런 고통을 준 인간의 행동은 비도덕적이라고 말하면서 동물의 삶의 주체인 동물들의 권리를 지켜주자고 하는 거야, 다시 말하면 동물을 잡아먹고 때리고 해치는 행위보다 그 행위로 인해 동물들이 느끼는 감정과 고통을 생각해서 좀 더 나은 방향의 선택을 해야 하고 동물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단다. 예를 들어 육식보다는 채식을 하거나 동물의 목숨을 뺏지 않고 배양시설에서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인위적인 고기를 먹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해. 실제 피터 싱어는 이 분야를 공부하면서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을 실천하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하니 몸으로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는 모습이 대단하지!
그럼 동물에게 좋은 환경과 복지혜택을 주면서 동물보호를 하면 되는걸까 생각도 드는데 피터 싱어는 동물복지와 동물해방은 다르다고 말하고 있어. 우리가 동물의 고통을 줄이고 싶다면 식용동물의 고통을 줄이는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단다. 좋은 환경에서 키워지고 사육되는 동물들도 마지막은 고통스럽게 죽게 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통받게 하고 죽은 동물의 고기를 사람이 먹는 이익을 취하게 된다는 거야.지각 있는 존재의 모든 이익은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하고 인간만 다른 동물이 가지지 않는 도덕적 지위나 권리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단다.
두 번째 학자 엘리자베스 드 퐁트네는 동물에 대한 배려를 말하고 있어.
피터 싱어와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지만 방향은 조금 다르단다. 사람이 위대하다고 동물에게 좋은 주인이 되어주고 좋은걸 주는 것보다 동물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동물에 대한 배려를 말하고 있어.
"(... 동물을) 반드시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배려해야죠. 동물을 배려하고, 동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동물에게서 발견하는 놀라움을 편견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동물을 인간과 비교하지 말고, 동물을 '파악'하려고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합니다."-204p
본문에 엘리자베스 드 퐁트네의 생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물도 감정이 있단다. 어릴 적 너도 그랬지만 어린아이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에 하나가 애견샵에 어린 강아지를 보고 " 애기 강아지는 엄마랑 떨어져서 많이 슬프겠지" 라로 물어보잖니, 대답은 "맞아"야. 엄마에게 떨어져서 팔려온 강아지들은 너무 슬프고 외로웠을 거야, 그래서 강아지를 데리고 온 사람은 더 많이 사랑해주고 잘 모르는 어린 강아지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네. 어린 강아지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고 불편하고 귀챦다고 버리거나 학대하는 건 강아지의 삶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인간의 그릇된 행동이야. 또 동물도 생각을 하는 능력이 있고 같은 종끼리는 소통하는 언어도 있다고 해, 그런데 동물의 권리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동물들 사이에 언어는 없고, 선과 악을 구별하는 능력도 없다고 말하지만 동물의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동물이 인간처럼 여러 감정을 갖고 있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말하고 최소한 불필요한 학대를 받지 않을 권리 정도는 주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세 번째 학자는 보리스 시륄닉으로 '동물의 행동'에 대한 인터뷰였어.
동물도 자신에 대한 감정을 지니고 있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표현하려면 이미지와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단다. 오랑우탄이 자신의 새끼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예를 들어주고 있듯이 동물은 자유의지로 결정을 내리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동물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야.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처리하는 생리적 장치가 있고 고통을 느낀데. 또한 동물 역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인식하기 때문에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다양하게 표현하게 된다고 하네. 예를 들어 새끼를 어미에게서 너무 일찍 떼어 놓거나, 어미가 병든 상황에서는 고통을 견디는 한계가 낮아지는 동물도 애착을 느끼는 존재를 잃는 것과 같은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스트레스와 정신적 혼란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거야. 예전에 엄마가 아는 집 강아지는 강아지 공장에서 데려와 펫 샵에서 파는 강아지였는데 엄마 젖만 떼고 데려온 어린 강아지여서인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예민했고 사람에게 팔려가 키워졌지만 너무 예민한 성격 탓에 파양을 여러 번 당하면서 결국 자페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아무도 믿지 않고 눈도 마주 치치 않는 공격적인 강아지로 변했다고 하더라고, 다행히 동물을 사랑하는 아줌마가 데려와 지극정성 키워주고 있는데 여전히 자폐적인 성격의 강아지 모습을 보면서 아줌마가 많이 울었데. 동물의 감정과 환경을 이해하고 배려해 줬다면 그 강아지의 성격이나 행동이 지금과 달랐을 거라며 모두 사람의 잘못된 욕심이 동물을 힘들게 한 거라고 말이야.
아마도 아줌마는 "우리가 공감력, 즉 타자의 감정을 공유하고 배려하는 능력을 발휘할수록 동물을 고문하거나 죽일 수 없게 됩니다"라고 말하는 보리스 시륄닉의 동물에 대한 우리의 공감능력을 이미 느끼고 알고 계셨던 분 같아.
아들~
동물도 우리처럼 감정과 고통을 느끼기에 인간이 교류하고 공감해야 하는것은 당연한 거야. 최근에는 동물에게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단다. 동물은 인간과 다른 존재이지만 물건이 아니고 하나의 소중한 생명체이니 존중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말자. 또 하나 중요한 건 인간은 동물에게 없는 개별성, 언어능력 등이 있는 탁월한 존재인 만큼 편견이나 인권침해와 같은 생각은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동물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노력도 실천할 수 있는 존재인걸 생각하며 살면 우리 가족도 몽이도 더 행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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