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수지가 주연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호감이 가는 상황이었다. 유튜브 짤방만 봐서는 리플리 증후군에 관한 내용인가 싶다가도 드라마 구성이 재미있다는 댓글에 궁금해 죽느니 읽어 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했던 책이었다.
이 소설에 주인공은 이유미 또는 이안나 또 이유상이 같은 사람이고 또 다른 주인공은 '나'이다.
글속의 이유미는 삶의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삶을 뒤엎는 인물이고 미스터리하기까지 한 인물이다. 리플리 증후군의 정의는 불만족스러운 삶, 열등감과 피해의식,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마음속에서 원하는 것을 강렬하게 현실로 이루고 싶은 욕구가 있을 때 발생한다고 검색된다. 이유미가 장애를 갖은 부모님 밑에서 자라고 미군과 클럽이 있는 특수한 거주 환경에서 자란 것이 조건에 부합할 수는 있지만 늦둥이로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았다는 점과 주변인들에게 선택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랐다는 점에서는 관련성을 찾지는 못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독특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영리해지고 창의성이 발달한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스스로 체득하면서 상황에 따라 자신을 자유롭게 포장하고 표현하는 최선의 삶을 산건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세상에 있을 법한 사람, 내가 본 이유미는 그런 주인공이었다. 삶을 대하는 작가의 다양한 시선 중 하나의 형태의 인물이고, 유미가 어디서 어떻게 살면서 여기까지 왔는지를 보며 느끼는 태도에 대해 쓴 소설이었다. 유미의 삶이 순조롭고 잘 맞이한 결말의 모습까지 보았다면 읽은 우리는 좋은 영감을 얻어가겠지만 반전이 심한 삶을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과정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안타깝지만 순응할 수밖에 없음도 생각해보게 한다. 유미의 삶은 구별되고 , 제한되고, 누군가 누구를 지켜주는 상황이 아닌 유미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켜야만 했다. 다만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받으면 살았다면 좋았겠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은 건 인생에는 씁쓸한 구석도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도 해본다.
처음에는 유미의 일기장을 따라가며 유미의 인생을 끄집어내 그려주는 '나'란 또다른 주인공이 이유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하면서 한 사기꾼 같은 여자의 일생을 흡입력 있고 반전 있게 보여주고 있지만 실은 유미에게 자신을 투명시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계획하지 않은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부부의 역할, 여전히 자신을 만들어가는 남편과 대조되는 초라하고 미래가 없어 보이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망연자실 쳐다보는 여성의 모습이 '나'였기에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필요해 보였다.
글 속 인물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려 애쓴다는 공통점이 있고 환경에 자신의 몸과 마음이 휘둘리는 상황이 그림은 다르지만 닮았다. '나'는 대학생 시절 쓴 [난파선]이란 소설이 개인에 의해 신문에 게재되고 작가를 찾는다는 광고를 접하면서 선우진과 이유미를 만나게 된다. 선우진은 동성애자로 마지막까지 이유미가 남장으로 변장하여 동성애자 선우의 파트너가 되어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도록 돕고 선우진이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진로를 찾고 엄마 품에서 진정으로 독립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
소설 속 주인공 모두가 가짜 삶을 살아간다. 또 다른 주인공 '나'도 남편과의 이혼까지 가서야 자신의 진짜 삶의 모습을 찾게된다. 반전이 있던 선우진과의 계약결혼 이후 더 이상 이유미를 찾을 수 없고 그녀의 기록을 확인하지 못하지만 이유미도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발견했을 거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뒤늦게라도 자신을 꼭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평범하게 걷고 있는 길 위의 풍경처럼 그들의 결혼생활도 그랬다. 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 ,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 폐허가 된 길목에서 - P133
남에게 보이기 위한 포장된 삶이 표지의 제목과 그림에 잘 표현되어있다.
우리의 진짜 삶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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