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나서 대수롭지 않게 보았던 표지에서 슬픔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구나 생각합니다.
알렉시티미아라고 명명하는 감정표현 불능증을 가진 아이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오해와 내면의 갈등과 주변에 흡수되어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만 보면 성장소설 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주인공 윤재가 살아가기 위해 대응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평범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사회 편견과 오류를 관념적으로 다루지 않고 생생하면서 정직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였기에 갖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작가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아이들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가지고 태어난 색깔과 무늬가 다릅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자신과 큰 전쟁을 치르는 아이도 있고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 우리 아이들을 아이의 부모가 더 사랑하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행히도 아몬드의 윤재는 엄마와 할멈이 그 역활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내 아이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하고 감추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아이가 살아가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충분히 안내하고 현장에서 끌어낸 생생한 소잿거리로 때론 거칠게 때론 투박하게 때론 뛰어나게 계속 이야기해줍니다. 그렇다고 쉬운 해답이나 감정 이입된 동정을 호소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보다 복잡한 문제임을 인지하고 질문을 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윤재와 함께 윤재 엄마에 관해서도 관심이 가고 공감이 갑니다. 엄마도 사회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편부모로 윤재를 사랑하지만 철없는 엄마에게 키워지고 감정표현 불능증이란 병까지 갖고 있는 윤재에게 미안함이란 죄책감을 갖을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합니다. 다만 엄마에게는 윤재처럼 엄마의 엄마, 할멈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또한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 거리를 갖고 있었는데 중고서점과 책입니다.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낸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반쯤 성공이다
중고서점은 작가를 지망했던 엄마가 좋아하는 책이있는 공간이었고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탱해준 공간이었고 마지막까지 윤재 자신과 친구 곤이와 도라를 만나고 감정을 나누며 윤재가 성장하는 보물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안도도 잠시 할멈과 엄마가 낮선 남자에게 칼부림을 당해 할멈은 죽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는 설정은 소설이지만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지금도 중심에 서지 못하는 윤재는 가족의 사고로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렇지 못했고 평범하려 노력했지만 평범할 수 없는 대상이 되어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합니다.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슬픔, 기쁨, 갈등 등의 감정을 모르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다시 괴물로 불리는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이때 만난 아이가 곤이입니다. 어릴 때 부모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지만 문제만 일삼는 곤이는 부모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겉돌기만 합니다. 곤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잘못된 옷을 입고 쉽게 흔들리는 감정들을 추스르지 못해 잘못된 자리에서 센척하며 더 강해지려고 합니다. 그런 곤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윤재였습니다. 곤이에게 엄마의 마지막 인사를 빼앗은걸 미안해 했고 표현이 서툴렀지만 모두가 포기한 곤이의 내면을 바라보았고 친구이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철사를 찾아가 곤이 대신 몸을 던져 죽음을 맞이 합니다. 아무도 읽어주지 못한 곤이의 깊은 골진 외로운 마음을 윤재가 읽어내는 부분에서는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윤재에게 미안했고 곤이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부모, 사회는 아이들에게 거리를 이야기합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지, 만나서 무리가 없는지, 경쟁상대라면 어떻게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등등..... 뜨거운 가슴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감정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윤재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누구보다 많은 질문을 갖고 정확한 시선을 가진아이었습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익숙하게 시작하는 도입부였다면 갑작스럽고 큰 슬픔이 있는 결말이었습니다. 누군가를 편견을 갖고 대하면 안 된다는 사회 원칙이 있고 이야기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절박함에서 나온 행동은 우리의 보호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모두가 다른 모양의 아픔을 갖고 사는데 나와 다른 모습이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책꽂이에서 오랜 시간 꽂혀있다가 이제야 꺼내 읽은 게 미안할 뿐입니다. 오늘은 잊어버리고 있던 내 가슴에 공감이란 매뉴얼 단추를 눌러 감정이 없던 게 아니고 표현이 작은 아이 윤재를 생각하는 시간을 좀 더 가져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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