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수다 책장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꼬마대장 2022. 5. 2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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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5월 초부터 책 읽을 기회를 엿보다가 말일이 다 되어서야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40만 독자를 사로잡은, 전 서점 종합 베스트 1위... 책 앞표지 문구가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보았다는 건지 직접 확인해야 했답니다.

금요일 밤, 밤새 읽고 웃다가 울다가, 다 읽고나서 가슴에 꼭 품어 안아본 책은 오랜만입니다.

불편한 편의점에 나오는 인물들은 아주 평범합니다. 어쩌면 제 할 일에 바빠서 고개 돌려 눈 돌리지 않으면 찾아보거나 관심 두기 힘든 그런 사람들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 한 70대 편의점 사장 염 여사,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 50대 생계형 알바 오 여사,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온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 그리고 그 중심에 서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게 되는 서울역 노숙자였던 독고라는 인물입니다.

김호연 작가가 선택한 인물 구성이 처음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노숙자 독고는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비참하고 소외된 인물로 생활속에서 만나게 된다면 신경을 쓰지 않거나 아예 피해 버릴법한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현실적인 인물 선택이 의외였고 스토리구성도 평이한데 그 인물과 주변 우리네 이웃들이 나누는 독특한 상호 대화법이 이야기를 은근히 재미있고 묘하게 끌고 갑니다.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고 편견가진 눈으로 보게 되는 인물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주변에 주는 영향이 흥미롭습니다. 제목은 불편한 편의점이지만 진짜 불편한 건 편의점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이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사람들은 불편한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접촉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사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편의점을 택했던 거란 생각입니다.

염 여사의 직원들 입장에서 always 편의점은 안정적인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일터이지만 주변에 다른 편의점들이 생기면서 경쟁업체들에게 밀려 매출이 떨어진 always 편의점은 불안하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직장입니다. 그런 곳에 염여사가 데려온 노숙자 독고는 직원들 마음에 들지 않고 믿음직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가 들어오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매출이 늘고 구멍 난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씩 꿰매어지는 모양입니다. 특별한 상황을 해결하거나 조치하기 위한 결정적인 사건은 없습니다. 다만 편의점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자신의 이야기와 동기화시켜 말을 건네는 그 자리에 어둔해 보이는 독고가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입니다. 독고의 호들갑스럽지 않지만 진실된 위로와 조언 한마디에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지만 마음을 움직여 노력하고 행동합니다. 자신에게 업무를 인계해주는 취준생 알바 시현에게 조근조근 설명을 잘하니 자신이 습득한 방법들을 유튜브에 올려보라고 조언합니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힌트를 얻고 실행하다 보니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 정말 취업이란 걸 하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퇴사와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손을 놓아버린 듯한 아들과의 갈등을 겪는 오열하는 오 여사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아들에게 뭔가를 하길 바라기 전에 아들의 진짜 속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자세를 알려주어 오여사는 감동을 받고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힘을 받습니다. 집과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게 될까 두려워 혼술을 즐기는 세일즈맨 경만에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랑하는 가족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독고의 모습도 보입니다. 또한 편의점을 팔아 사업자금으로 이용하고자 떼를 쓰는 염사장의 아들에게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하게 진정 어린 조언을 하고, 민식의 사주로 독고의 뒷조사를 하던 곽 씨는 오히려 타깃인 독고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마지막에는 독고의 자리를 대신하는 아르바이트생이되어 활기를 찾습니다. 아마도 이 글의 작가가 아닐까 추측하게 하는 희곡작가 인경도 마지막 글쓰기에 매달리며 서울역 홈리스였던 이상한 알바와 매일 밤 취재차 대화를 나누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되찾습니다.  모든 인물들이 서로에게 선한 양향력을 주고받으며 따뜻한 소통을 하는 모습이 읽는 사람을 웃게도 하고 훌쩍거리게도 하는데 감동까지 있습니다. 

딱 요즘 흐름에 맞는 소재로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이란 주제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p 252

자책감에 술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알콜성 치매자로 모든것을 포기하고 잃어가던 노숙자 독고에게 손을 내밀어준 한 사람의 관심과 도움이 다시 주변인들에게 치유라는 이름으로 부메랑 되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와 소통하며 상처를 만져주면 상처가 나아지면서 남은 흔적을 보고 또 다른 사람이 소통하며 상처 극복의 과정을 겪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마지막 자신의 기억을 찾아 자신이 회피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를 회복하기 위해 행동하고 봉사 지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독고의 모습이 나와 우리에게 용기를 줍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어렵지 않은데 몰입감은 100%입니다. 사실적인 동네 이름과 익숙한 장소와 브랜드는 현실감과 편안함을 주고 이상적인 스토리는 식상함 대신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며 교훈까지 줍니다. 

튀김 기름에 어쩌다 물 한방울 떨어지면 튀김 냄비에 기름이 미친 듯이 튀고 때립니다. 때리는 기름방울들로 주변까지 엉망이 되면 망연자실한 마음이 잠시 들 때가 있습니다. 가끔 마음이 예상치 못한 일들로 물떨어진 기름냄비처럼 상처받고 미친 듯이 가슴이 뛸 때 나를 조용히 손잡아주고 괜챦냐고 물어봐주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톡닥여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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