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우리시대의 소설

현기영 중단편전집 순이 삼촌

꼬마대장 2021. 5. 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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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제주는 많은걸 품고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평온한 제주의 5월

수십 권의 장편 소설도 아닌데 꽤 시간 걸려 곱씹듯이 책을 읽어 보기는 오랜만입니다. 한 권을 읽고 나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폐쇄적으로 울지 않으며 내 감정의 깊이를 지켜보는 일도 흔한 경험은 아닙니다
이번 주 친구가 보내온 사진 속 제주의 모습은 평화롭기만 했는데 "순이 삼촌"을 읽고 나서는 내가 서 있는 여기가 과거인지 현재인지......... 픽션임을 알면서도 잠시 혼동스러울 정도였으니까요.

정신을 차리고 첫 주 소개된 전문가들이 선정한 책 "순이 삼촌"
도서 선정의 큰 3가지 선정 기준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첫 번째, 문학사적 의미
두 번째, 시대적 맥락
세 번째, 작품성

전문가 분들의 눈이 보배입니다.
책 뒷부분 해설란에 임규찬 님도 말씀하신 것처럼 현기영 작가님과 4.3 이야기는 한 덩어리이고 4.3 문학 전반을 놓고 볼 때 현기영 작가님의 작품이 가장 독보적이고 동시대 작품들의 기반임이 분명했습니다. ”순이 삼촌“에 소개된 다른 작품들도 모두 ” 순이 삼촌” 과는 다른 내용의 중 단편 소설들이지만 임규찬 님 말씀대로 신기하게도 파편화된 형태로 불투명하던 세계가 “순이 삼촌”과 긴밀이 연관되어 있고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같거나 심화된 형태로 그려지는데 문제의식은 한 맥락에서 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현기영 작가님의 소설 속에 제주도는 철저하게 닫힌 공간, 닫힌 정신, 닫힌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한되고 멈춰진 제주 시대사에서 무기력하지만 선명하게 인물을 그려냈고 선동적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주장해야 했던 그들의 요구가 묻어 나오는 행동들, 그 안에서 처한 고난과 상심과 두려움도 그의 책 여기저기서 표현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찌든 가난과 심한 우울증밖에는 가르쳐준 것이 없는 고향, 그것은 비상하려는 그의 두 발을 잡아 끌어당기는 깊은 함정이었다. 그 섬사람이 아니고 싶었다.]-혜룡이야기 159p

[피 묻은 흰 저고리와 시푸른 군복이 문득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숨이 가빠지는 것은, 그러니까 분노도 증오도 아닌 바로 겁이었다]-혜룡 이야기 163p

그럼에도 인내하고 숨어 지내야 했던 세월을 “순이 삼촌”에서는 파국에 이른 세월의 상처로 극명하게 보여주는데 제정신이 아니고는 살 수 없던 시간들을 저는 엉뚱하게 "화병“이 이런 거겠지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과거 속에 은닉한 시간들을 놓치지 않고 어둡게 묻어두지 않고 근본적인 섬세함과 정체성으로 하나하나 기억으로 끌어내는 작업을 작품으로 문화로 사건으로 표현하고자 시도하고 역사 기록으로 남기는 걸 현기영 작가님은 실천했구나 [용서하지만 잊지 않기 위해서 –혜룡 이야기 164p ]... 용서하지만 잊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책 표지의 돌담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돌담이며 소설 속 생사의 문턱에 선으로 표현되기도 했던 소재인데 현기영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내면서 풍광 뒤에 가려진 그늘을 표현하는데 유용하게 쓰인 소재로 생각됩니다. 재미있게도 소개되는 10편의 중 단편 연결 페이지마다 돌담의 높이가 조금씩 높아집니다. 시대 문제의 깊이를 돌담 표지로 은유하여 반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대 문제의 깊이를 돌담표지로 은유하여 반영하여 글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주도에서 벌어졌던 이 엄청난 사건, 사실들은 살아오면서 우리에게도 여러번의 비슷한 위기로 왔고 그때처럼 억울하게 겪어야만 했고 지혜롭게 지나쳐 보내도록 시대와 국민이 서로 돕기도 했습니다.
공통적인 건 “순이 삼촌”이 이번 주 선택 도서가 되었던 이유, 침묵에 맞선 진실의 힘은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감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기회가 되는 일을 지속적으로 귀 기울이고 개발하고 협조하며 어떤 형태로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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