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수다 책장

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꼬마대장 2023. 1. 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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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끄적이는 걸 좋았지만 가끔 드는 생각이 세상에서 제일 쓰기 힘든 글이 일기이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다. 특히나 소설처럼 멋지거나 처절하거나 인상적이거나 청순하거나 등등의 주인공도 아닌 나의 이야기와 내 주변 이야기에 누가 그리 관심을 가져줄까 하는 멋쩍은 생각이 들 때면 매일 쓰는 감사일기나 메모를 빼곡히 넣은 다이어리가 수줍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 읽어보는 무레 요코의 책은 지독히도 평범한데 자극을 많이 받은 게 사실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추억이나 번잡하지 않은 일상에서 사람을 공감하게 하는 글들을 서스름없이 쏟아내는 매력은 읽은 내내 우유처럼 벌컥 벌컷 때론 처음 먹어보는 신 메뉴를 꼭꼭 씹어 음미하듯 읽을 수 있었고 다 읽고 나선 '아 속 편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다. 

어릴 적 부터 유난히도 주변에 관심이 많은 꼬마수다였다.

학생 때는 누구나 사용하는 팬시 제품에 관심이 많아서 무레 요코처럼 편선지, 지우개, 연필, 노트, 메모지 등을 이쁘고 마음 좋은 것들만 하나하나 사다 보니 늘 꼬마수다 필통과 파우치는 배부른 만두처럼 터져 나오기 직전이거나 터져서 한바탕 친구들과 주워 담기 바빴던걸 추억으로 갖고 있다. 조금 더 커서는 예쁜 캐릭터, 캔디, 피규어 등에도 관심이 많아서 무인도에 떨어져 혼자 남아도 잘 살겠다는 친구들의 놀림에 해맑게 웃던 때가 있다 보니 무레 요코의 21가지 에피소드에 담긴 사물에 대한 진심과 자신을 추스르는 태도가 낯설지 않고 공감이 가서 눈시울을 살짝 적시기까지 하였다.

다른 결의 일상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니멀을 추구하며 식기를 바꿔보기를 한두 번 해본 사람만 아는 무료함과 신박함, 더위에도 추위에도 나름의 대처 방법을 찾아가는 소소한 변화, 플라스틱을 안 쓰고 싶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쓰게 되면서 글 쩍 이게 되는 생활의 반성, 북커버를 통한 재활용과 재미,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몸의 변화에서 아쉬움과 함께 찾은 다행감과 다른 방향으로 인생을 돌아보는 여유들이 신변잡기와 일상생활 속에 잘 녹여져 있어 다 알 것도 같으면서 한편으로 새로운 발견 이것처럼 많이 많이 닮고 싶은 모습들이었다. 

아무튼 '이걸로 살아요'는 작가의 물건에 대한 이해와 소비 습관을 통해 삶의 철학을 세워보게 되는 거창하지 않지만 훌륭한 작은 교본같은 도서였다. 취향이다 개인 특성이다 라는 틀에 가두어 두기에는 그 깊이가 깊다.

바쁜 일상에서 지치거나 에너지가 필요할때 여행을 가라고 많이 권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주변을 살피고 느끼고 말을 걸어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실제 꼬마수다가 평소에 좋아하는 물건들이나 글들을 나열해 놓고 일상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데 내 모습을 작가가 공감하고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가장 가까이, 가장 작은것에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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