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방역의 최전선에 있었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퇴임을 앞두고 2년간 방역당국의 대응을 "정치 방역'으로 폄하하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회 17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과학적 근거 기반의 방역을 하는 것은 저희 질병청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고 미현"이라며 "그런 원칙을 갖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정치 방역과 과학방역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국내·외 근거들을 잘 리뷰해서 가장 정확한 의사 결정을 하도록 질병청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전임 정부의 방역은 '비(非)과학적'이었다는 시각에 대해 정 청장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의 "청장님 ,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정치 방역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정 청장은"과학 방역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그녀는 "백신이나 치료제 같은 경우, 엄밀한 임상시험을 거쳐 근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한다"며 "(다만) 거리두기나 이런 사회적 정책들을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게 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구별하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다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방역 노선에 실제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는 신 의원의 질의에 정 청장은 "코로나 유행 초기엔 저희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낮은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그동안 (코로나19) 많이 알려진 게 있었기 때문에 그런 근거를 갖고 조금 더 체계적으로 방역을 할 수 있다. 그런 지식의 진보가 차이다"라며 "근거 창출을 위한 조사나 연구 부분은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현 정부가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항체 양성률 조사, 코로나19 후유증 조사 등과 관련해서는 "(질병청이) 2020년부터 진행해 왔다"며 "다만, 최근에 오미크론 유행이 컸기 때문에 좀 더 조사규모를 키워서 대규모 조사를 할 예산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가을 이후 코로나 재유행 전망을 두고는 "신종 변이 출현,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도가 떨어지는 부분, 계절적 요인, 대면접촉 증가 등의 유인으로 언제든지 재유행 가능성이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가 고위험군 보호 목적으로 (4차 등 추가) 접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변수를 고려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날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를 신임 질병청장으로 임명하면서 정 청장은 5년 가까이 지켰던 질병청을 떠나게 됐다. 정 청장은 지난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은 이후 4년 10개월 동안 방역 현장을 이끌어 왔다.
이날 정 청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뒤 충북 청주시 질병청으로 돌아가 비공개 이임식 후 공식 업무를 마무리했다. 그는 이임사에서 “코로나19 유행 극복과 질병 관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서 제게 커다란 보람이자 영광이었다”며 “코로나19 유행이 진행 중인데 무거운 짐을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는 소회를 밝혔다.
의사 출신인 정 청장은 1995년 질병관리본부(당시 국립보건원)에 특채로 임용된 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정책과장 등을 지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근(메르스) 당시 위기관리 대응 능력을 인정받아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질병관리본부장으로 발탁되었고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이었다. 이후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면서 초대 질병관리청장으로 임명됐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견되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 청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본부장을 지낸 중앙 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매주 진행했던 그는 한결같이 성실한 대응과 차분한 태도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년 7월에는 김밥·도시락 등 검소한 업무추진비 내역이 공개돼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브리핑 과정에서 밑창이 떨어진 낡은 구두와 하얗게 새어가는 머리 등도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2020년 1월 코로나19의 국내 유입 이후 초기 3T전략(검사, 추적, 치료)을 통해 대규모 확진자를 억제하고 초기 방역 체계를 정립해 ‘K-방역’의 아이콘으로서 불렸다. 이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과 BBC ‘2020 올해의 여성 100인’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한편 정 청장의 퇴임을 두고 국민의 힘 하태경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광과 상처 뒤로한 채 떠나는 코로나 전사, 정은경 청장 퇴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은경 청장이 퇴임했다. 정 청장은 대한민국이 낳은 이 시대의 영웅”이라며 “고생 정말 많으셨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정 청장 퇴임을 긍정적으로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 한 사람으로 방역실패라고 폄하하는 말은 많이 속상하고 이해할 수 없다. 처음 겪는 코로나19 팬더믹 속에서 건강한 나라를 유지한 국가가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보건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어 소신을 갖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준 그녀가 있었기에 중심을 잡고 관련자 분들의 리드에 온 국민이 함께 움직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녀에게 그동안 수고 많았다 격려해주고 직을 내려놓았으니 이제 좀 편안하게 일상생활속에서 만나 뵙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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