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입니다. 역동적이고 복잡한 사건의 전개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나와 정체성을 찾는 내 안의 나가 나란히 이야기를 나누고 성찰하는 단출하지만 강력한 글입니다. 젊은 피를 닮은 주인공 나는 섬세하고 예민한 문학도의 모습이지만 아버지는 법을 공부하여 법학도가 되기를 바라는 집요한 요구를 합니다. 아버지는 변호사지만 무능력했고 사기를 당하는 사업가였고 그로 인한 고충은 모두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우리가 예상하는 고집스럽고 무능한 아버지상을 뒤집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집안의 몰락과 빈곤으로 인한 고통을 아버지의 탓으로 돌리며 원망하는 나의 모습도 특별할 게 없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주인공 나가 가족과 주변인들과 공존하는 가운데 느끼는 이야기를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몸이 기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