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수다 책장

김영하 장편소설 작별인사

꼬마대장 2022. 5. 17.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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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장편소설

오래전 소설에 여주인공의 이름에 관심이 높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 작가는 청순하고 연민이 느껴지는 이름을 짓기 위해 한글 자음 끝에 '희'자를 붙여지었다고 합니다. 가희, 나희, 다희, 연희, 은희, 초희 등등
작별인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철이, 민이, 선이는 사실 디지털 문명시대에는 뒤쳐진듯한 느낌의 익숙하고 오랜 이름들이지만 이름 하나도 연관성 없이 짓지 않았겠구나 생각합니다. 순수한 인간 최박사만이 성이 있고 한자 이름을 내포한 완전한 이름 최진수라고 밝혔습니다. 처음 도입부에 철이의 이름이 한자로 지어진 내용도 소개는 하고 있지만 순수한 인간과 가장 흡사하게 만들었던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였던 철이었기에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선이는 유전자 복제인간 클론입니다. 인류와 같은 생체 기능과 사고를 가졌지만 순수한 인간과는 다른 목적으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철이, 민이, 선이 모두 이름에 '이'를 붙인 건 인간과 차별을 두기 위해 가장 단순하게 지은 이름이었을 거란 생각입니다.

달마와 갈릴레오, 데카르트, 칸트라는 철학자 이름으로 불리는 고양이 이름에서도 연관성을 보게 됩니다. 철이의 몸이 망가지고 네트워크의 데이터로 존재하는 철이의 의식을 인공지능 고양이 데카르트에게 파일 업로드해서 고양이 시선에서 세상을 살펴 보게 되지만 철이는 자신의 의식을 그대로 지닌 채 제한된 몸으로 방대한 자료와 정보와 지식을 접하며 생각하고 존재합니다. 달마는 좌선을 통한 새로운 사상을 실천하는 새로운 불교를 강조했듯이 작별인사에서 달마는 순수한 의식으로 클라우드에 존재하며 다른 휴머노이드의 인공지능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네트워크를 통합을 강조하며 관리하는 존재입니다. 달마는 휴머노이드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갖도록 도와주는 선지자와 같습니다.

인간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어디서 왔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인간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가, 어디를 향해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갖고 삽니다.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는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에 관한 소설이었습니다.

연구원인 아버지와 함께 평화롭게 살던 철이가 인간의 정책에 따라 미등록 휴머노이드라는 이유로 어느날 수용소에 감금되고 인간에 대항해서 싸우고 수용소를 탈출합니다. 인간이 가장 우월한 존재라고 믿는 마음으로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우린 이미 인공지능과의 전쟁을 시작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였던 철이는 인간과 같은 생체 기능과 감정을 갖고 성장하며 빠르게 학습하고 진화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배양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태어난 클론 선이도 인간의 감성과 인성을 갖고 있습니다.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들은 서로를 참조하고 연결하여 인간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빠르게 발전시킵니다. 인간내면에 본질적인 악이 없이 만들어진 철이와 선이는 어쩌면 인간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존재이겠구나 생각해봅니다.  인공지능과 클론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모습은 인간보다 더 뛰어납니다. 보이지 않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쟁은 시작되었고 인간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인간사이에 만연한 비윤리적인고 비이성적인 사건과 행동들을 보면서 가장 인간다움은 어떤 것일까도 생각해 봅니다. 선이가 민이를 되살리기 위해 달마와 생명과 부활, 윤리, 존재, 가치에 대해 나누는 논쟁들은 철학적이고 방대하며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분 부분에서 보이는 내용들 중 일부는 친절하리만큼 상세하고 깊이 있게 서술하고 있어서 SF에서 느낄 수 있는 상상과 감동의 모양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감정과 의식을 가진 휴머노이드와 인간보다 더 측은지심을 느끼며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복제인간 클론입니다. 하지만 순수한 인간이 아니기에 휴머노이드와 클론은 결코 인간이 될 수 없음에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어쨌든 달마의 예언대로 오래지 않아 인간의 세상이 완전히 끝나고, 그들이 저지르던 온갖 악행도 사라지자 지구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대기의 기온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산화탄소 발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른바 인간세계가 끝나게 된 것은 SF 영화에서처럼 우리 인공지능들이 인간을 학살하거나 외계 생명체가 숙주로 삼아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점점 더 우리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우리 없이는 아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인간의 뇌에 지속적으로 엄청난 쾌락을 제공하였고, 그들은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번거로운 번식의 충동과 압력에서 해방되어 일종의 환각 상태, 가상세계에서 살아갔다. 오래전 중국의 도가에서 꿈꾸었던 삶 인간에게 도래한 것이다. 인간은 신선이 되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멸종해버렸다.” -P 268


인간은 멸종되고 마지막 쳅터 [마지막 인간]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클론 선이와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 철이가 남습니다. 선이는 사랑으로 클론과 휴머노이드를 돌보다 자연사하게 됩니다. 철이는 곰의 공격에서 위험을 모면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자연스러운 끝을 맞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더욱 인간다운 모습으로 작별인사를 합니다. 인상적이었던건 철이가 선이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선이의 의식이 드디어 그 불완전한 몸을 더난 것이었다'라고 표현합니다. 또 선이가 죽은 후 옷을 갈아입히고 침대에 뉘이고 향을 피우고 약초를 태우며 밤을 새우는 철이의 모습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었기에 한없이 슬프고 근엄해지기까지 합니다. 선이에게 하는 철이의 마지막 인사와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 철이가 우리에게 남기는 작별인사는 꽤 오랜시간 기억에 남을듯 합니다.

최근에 다른 책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디지털 불멸과 관련된 소설입니다. 인상적인 건 다방면으로 연관 지어 이야기 하고 개연성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별인사는 읽으면 읽을수록 어렵고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반복하여 읽을수록 궁금증이 더 많아지는 소설입니다. 상상이지만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철이, 선이, 나, 우리가 융합하여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하기에 좀 더 담담하고 겸손하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 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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