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 작가가 기억 속에 시간과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소설이었습니다. 기억에 관한 모든 것은 시간에 대해 함께 다룰 수밖에 없고 시간이 지난 후 내 몸에 저장된 기억 속 남겨진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려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6.25 이후 혼란한 시대에 남겨진 사람들이 모두가 어렵게 살던 시절 어쨌거나 살아야 한다는 같은 생각을 갖고 세월을 견뎌야 했습니다. 고향 진영에서 혼자 남아 남의 집 살이를 하던 주인공 길남이 누나를 따라 가족들이 살고 있는 대구 중심부 장관동으로 올라오면서 이야기의 배경이 시작됩니다. 마당 깊은 집으로 불리는 안채에는 부유한 주인 가족이 살고 아래채에는 가난한 네 가족이 함께 살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집안 대대로 부유하게 살아온 안채 주인 부부는 방직공장과 금은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