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구성된 작품 중 [이등박문을, 쏘지 못하다]라는 소설에 '한번 꺼낸 생각이 잘 이어지지 않고 끝이 희미하게 사그라졌다, 말줄임표를 갖다 붙여야만 온전해질 것 같은 문장들이 바람에 날리는 잔설처럼 반짝거리며 일었다가는 이내 사라졌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김연수 작가의 문체적 특징을 짐작할 수 있었고 기존의 소설과는 다른 접근 방식에 있어서 이 작가만이 구사할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 있겠구나 생각되어 다시 집중했습니다. 작가가 특정한 형식과 소재를 쓸때 왜 특정한 형식과 소재를 써야 하는지를 글로 표출해 낼 수 있는 것 자체가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연수 작가는 그가 의도하는 글이 갖는 자연 그대로의 얼굴색을 표출할 줄 알고 우리를 김연수의 작품 세계로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