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에 관련한 많은 글이 있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김훈의 하얼빈이 압도적으로 인상적인 건 바로 이야기이다.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라는 김훈의 열정은 가슴에 심어 놓은 이야기의 씨앗으로 오랜 시간 갖고 있었기에 안중근의 길었을 시간들을 절제되고 압도적으로 압축해서 그려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훈은 글을 망칠래야 망칠 수가 없다. 지나친 창의성은 오히려 평이해질 수 있는데 김훈의 특유의 단문은 안중근의 짧은 나날을 긴박하고 심도 있게 표현하기에 적당했다. 이토가 통감을 그만두고 하얼빈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1909년 10월 19일 블라디보스크를 거쳐서 하얼빈에 10월 22일 도착,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 도착한 이토는 안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