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수다 책장

김규림 작가의 아무튼, 문구 제 얘기 같았어요

꼬마대장 2024. 1. 2. 07:55
반응형

학년이 바뀌면 자기소개서란에 자신의 특기나 취미생활을 적는란이 있었다. 개인 성향도 파악되지만 가정환경까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취미와 특기를 기재하게 되는데 독서, 피아노, 그림, 서예, 농구, 축구, 레고.... 다양한 답변을 기록하지만 난 딱히 보여줄 만큼 잘하는 것이 없어서 답변에 앞서 늘 주저했다.

난 좋아하는걸 파고 모으는게 전부였다. 

특히 문구와 팬시를 사랑했는데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일본 산리오 캐릭터를 보고자라 산리오 캐릭터 문구를 모았고 국내 브랜드 바른손 팬시 제품들 중 노트와 연습장에 서정적인 시와 여인그림의 제품들을 모았고 다양한 캐릭터 엽서, 볼펜, 수첩, 연필깎이를 모았다. 다이어리 작성을 위한 다꾸 스티커와 달마다 신청해 만드는 통장을 꾸미기 위한 통꾸 스티커와 씰을 모아 수시로 업데이트를 했기에 내 다이어리는 친구들 사이에 인기였고 은행에서는 내 통장을 직원들에게 돌려보는 재미를 주었다. 이 외에도 독일산 연필을 모아 책상 서랍 바닥에 깔고  머리가 복잡할 때면 서랍을 열어 연필들이 모여 하모니를 이루는 나무와 페인트 향기를 맡으면 잠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는 환상을 꿈꾸며 간혹 괴롭히던 두통도 잊었다. 지우개도 엄마의 타박을 받으면서 캐릭터별로 사 모았다. 그 당시 용돈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에겐 소비가 아닌 투자였다. 

이걸 특기나 취미란에 적기에는 늘 부끄어워 비밀스러운 의식을 행하듯 혼자만 간직했는데  [아무튼, 문구]를 보고 하~ 하며 나 같은 사람이 여기 있었구나, 무릎을 쳤다. 반가움을 떠나 동질감이 느껴지는 사람, 내편이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반가움이었던 거 같다. 진작 봤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문구를 아껴주는 방법을 공유했을 건데 아쉽기까지 했다.

내게 문구는 소통을 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그런 친구였다. 가끔 숙제를 미루고 같이 놀아줘도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견문이 넓어 진다고 하지만 난 이웃 나라에서 날아와 만나게 된 좋아하는 문구와 캐릭터를 보며 세계여행을 했고 스토리를 작성하며 기록하는 법을 배웠고 인생계획을 세웠다. 계획 중 사소한 부분이라도 실행을 할 때는 가방에 가득 그 친구들을 넣도 다니며 함께했다. 

메이드인차이나 문구가 들어오기 시작할무렵 나는 경제나 무역관계는 알 수 없는 나이였다. 다만, 국산 브랜드가 밀리거나 중국제조 표기를 하고 값싸게 디자인한 변질된 느낌의 제품들이 유통될 때는 내가 속상하고 아쉬워 문구 브랜드회사에 직접 편지를 써 건의를 하는 자칭 당돌한 애국자였다. 그때도 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내 일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내가 사랑하던 문구였다. 

그런 문구 사랑은 성년이 되서도 꽤 오랫동안 지속되다 잠시 주춤했는데 최근 늦바람이 불어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 [아무튼, 문구]가 더 반갑다.

 

문구는 사랑이고 역사다.

지식의 총체이며 아이디어의 보고다.

어찌 문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의 마음이 딱 내 마음이었다. 나 또한 작은 문구들의 힘을 믿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