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수다 책장

김중혁 소설집 스마일

꼬마대장 2022. 5. 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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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소설집 스마일

죽음을 제한된 공간에 가두고 같은 공간에서 생각해 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앞에 두고 바라보는 나와 타인은 생각합니다. 죽음의 형태, 죽음의 사인, 죽은 자의 얼굴에서 그려지는 무성영화에서나 볼법한 마지막 대사를 유추해 보면서 사람들은 죽은 자의 과거를 그려보다가 현재 내 삶의 순간을 살펴보고 미래를 그려보고 나의 죽음도 생각해 봅니다.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쓰러진 남자는 죽음을 맞습니다. 누가, 무엇이 그를 죽게 했을까요. 남자가 죽은 비행기는 그대로 도착지점까지 비행 후 착륙하기로 합니다. 비행기가 도착하기전까지 비행기 안에 사람들은 죽은 남자와 같은 시간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 시간 동안 죽음 조력자 또는 공범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고 누구는 진저리 치게 두려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죽은 자와 함께 목적지를 향하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대비되는 상황이 그려집니다. 이때 주인공 데이브에게 옆자리 잭은 죽은 남자에 관련하여 데이브의 생각에 비상식적일 수 있는 죽음의 이유에 대한 변수를 이야기하면서 본질적인 죽음과 삶에 대한 데이브의 생각을 흔들어 놓습니다.
잭은 남자는 헤로인 중독으로 죽었을 것이라며 스왈로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보물 이동 사업, 헤로인 중독... 표현은 하지 않지만 데이브는 잭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을 이미 죽은 남자와 동일시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잭이 내리면서 1등석 칸 커튼 뒤에 가려진 죽은 남자의 표정을 꼭 보라고 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커튼을 걷고 죽은 남자의 얼굴을 살펴볼 수 있었을 겁니다. 모두가 남자의 죽음이 우연히 발생된 비행기 안에서 일어난 제한된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데이브는 자신의 몸은 죽은 남자와 같이 이유도 모르고 죽음을 맞는 또 다른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친구 피에르의 제안으로 몸안에 무엇인지도 모를 무언가를 숨기고 전달하고자 비행기를 탓으니까요.
사실 죽음은 보는 사람에 의해서 가치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원인 모를 죽음이지만 죽은 남자의 얼굴에서 그의 마지막 생각을 찾아보는 잭과 데이브입니다.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찡그리고 있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어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했을 상상입니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발휘되었습니다. 글의 전개는 아주 심플했고 시행착오가 없는 죽음을 향한 여정과 결과도 간단했지만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만큼은 읽는 이들이 다양하게 전개해볼 수 있습니다. 죽은 남자가 웃고 있는 것 같다고 잭은 말합니다. 데이브도 그랬던가요 라며 이미 죽은 남자의 표정을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여 상상해보는 분위기입니다. 스마일이란 제목은 즐겁고 평온한 표정의 이미지 속에 가려진 내면에 불안함과 덤덤한 두려움을 가진 주인공의 심리를 참 잘 전달해 주는 제목입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 동물도 사람도 회귀본능이 있다는 이야기에 비추어 볼때 세관을 나오는 출입구에서 긴장감을 감추기위해 아버지에게 핸드폰 통화를 시도하는 데이브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음을 어렵고 철학적인 글로 전개하지 않고 상황과 대화 속에서 죽음을 생각하며 긴장했을 데이브의 내면의 모습을 잘 투영해서 보여주어 독자가 상상하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 김중혁의 이야기와 마지막 웃으면서 뒤돌아보는 주인공 데이브 모습이 너무도 잘 들어맞는 글이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흘러가고 모양은 변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데이브는 이미 죽음의 마지막 모양을 준비하면서 내렸다는 생각입니다. 그 생각을 가볍고 흥쾌하게 그려내는 글에서 김중혁의 진중하지만 무겁지 않은 그의 글 성격이 그대로 보입니다.
표제 [스마일]을 포함해서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스마일 목차

선위에 존재하는 가느다란 인간의 운명과 죽음을 아주 진솔하고 유쾌하고 재미있게 써내려가지만 사회문제와 연결하여 이미 발생했거나 일어날 수 있는 걱정과 분노를 죽음이란 소재로 잘 담아내었습니다. 마약, 환경오염, 일회용 쓰레기, 인간의 편견, 인공지능의 오류와 공격, 음주, 유약한 사람들에 대한 보호, 치안 등등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공감되는 주제들이 별스럽지 않게 녹아들어 있는데 문제의식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뒷페이지 작가의 말에도 언급했듯이 이번 단편은 모두 음악이 한두곡씩 소개되며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직접 곡 제목을 소개하지 않은 표제 [스마일] 조차 제목과 함께 브라이언 윌슨의 음반 재킷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대놓고 유치한 결합이지만 음악을 들으면 그 글이 생각나는 중독성과 연결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쁘지 않았고 이것도 작가의 색깔이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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